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제 침체 인정 발언으로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증시가 폭락한 가운데 트럼프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온 세계 주요 부호들의 자산도 급격히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5명의 억만장자들의 개인 자산은 이날 하루에만 2090억 달러(약 304조 원) 어치 증발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주가 급락으로 인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1480억 달러,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는 290억 달러,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50억 달러의 자산을 잃었다. 또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50억 달러,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22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증시 상승을 경제 성과로 내세웠지만, 최근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과 대규모 공무원 감축, 기업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특히, 전날 경제 침체 가능성을 직접 인정하는 발언을 하면서 시장이 발작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하루 만에 3.8% 폭락했고, 나스닥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각각 4.2%, 3.5% 급락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최고 실세가 된 일론 머스크 정부 효율부 수장이 이끄는 테슬라는 이번 폭락 사태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대선 이후 주가가 98% 급등하며 머스크의 자산도 4,860억 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유럽과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인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독일에서의 테슬라 판매량은 올해 1~2월 동안 70% 이상 감소했으며, 중국에서도 2월 판매량이 49% 줄었다.
베이조스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그와 대립각을 세웠지만, 이번 대선 이후 친(親)트럼프 행보를 보였다. 아마존은 트럼프 취임 기금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고, 베이조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을 가졌다. 그러나 아마존 주가는 1월 17일 이후 14% 하락하며 실적 부진을 반영했다.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도 2017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지만, 지난해 11월 트럼프 재선 이후 관계를 개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알파벳의 분기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주가는 7% 이상 하락했다.
저커버그가 이끄는 메타 역시 1월 중순까지 19% 상승했지만, 이후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함께 폭락하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LVMH 주가도 1월 말까지 20% 이상 급등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산 명품에 10~20%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면서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번 증시 폭락으로 인해 이들 5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1월 17일 이후 총 1조3900억 달러(약 2028조 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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