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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오폭 사고, 누구 책임이 큰 가?…지휘관 임무 소홀 vs 조종사 비행 과실[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부대 지휘관 안전 사항 대대장 위임

실무장 계획 감독 제대로 수행 안 해

좌표 잘못 입력하고 시간 쫓겨 ‘오폭’

3단계 걸쳐 재확인하는 절차 미준수

국방부, 전투기 오폭 사고 수사 착수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 기자회견에서 사과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포천 지역에서 발생한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는 무사안일주의가 부른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전투기 기체 결합은 전혀 없었다.

공군이 10일 발표한 전투기 오폭 사고 중간조사결과에 따르면 사고를 낸 전투기 2대의 조종사들은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하고 이를 3단계에 걸쳐 재확인하는 절차를 게을리하는 과실을 못했다.

그러나 해당 부대 지휘관들도 이번 공대지 폭탄 실사격 훈련에 대한 지휘·감독 임무를 철저하게 수행하지 않았다. 지휘관들은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따라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정오 12시 기준으로 민간인 부상자는 총 19명으로 2명은 중상, 17명은 경상으로 분류됐다. 군인 12명을 포함하면 오폭사고로 현재까지 집계된 부상자는 총 31명이다. 오폭 사고 피해를 본 민가도 152가구로 늘었다.

그렇다면 초유의 민가 오폭 사고에 대한 책임은 지휘관과 조종사 가운데 누가 가장 큰 것일까.

눈 여겨 볼 대목은 공군이 사고 원인으로 부대 지휘관의 관리 책임(지휘·감독)을 꼽았다는 점이다. 해당 부대 지휘관인 전대장(대령)은 훈련 계획 및 실사격 계획서 등 검토에 미흡했다. 안전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대대장(중령)에게 위임까지 했다. 대대장 또한 위험이 큰 실제 무장 사격임에도 사전 훈련 당시 비행기록장치 확인을 통한 피드백, 표적 확인 절차 등 세부적 비행준비상태 관리에 소홀했다.

특히 지휘관들은 사전에 실무장 계획서에 대한 임무 조종사의 보고와 검토는 아예 실시하지 않았다. KF-16 전투기에 탑승한 두 임무 조종사의 실사격 경험은 각각 5회, 2회에 불과할 정도 경험은 부족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는 부대장이 △임무편조의 비행기록장치 확인 등을 통한 사격편조의 문제점 파악 △표적브리핑 확인 절차 등 세부적 비행준비상태 확인 및 감독 △사전에 실무장 계획서에 대한 임무 조종사 보고와 검토 등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공군은 밝혔다. ‘지금까지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괜찮겠지’라는 무사안일함에 젖어 본분을 게을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도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대대장이 (표적) 좌표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안 한 것이냐’는 질문에 “맞다”며 “(지휘관이) 했어야 했는데 안 했다”고 답했다.

공군 관계자는 “부대 지휘관이 임무 조종사에게 표적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임무 중지 등 관련 절차를 명확히 지시했더라면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해당 지휘관의 임무 소홀 문제는 국방부에서 별도의 조사와 수사에 착수한 만큼 법적 책임이 발견되면 그에 대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10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서 공군 장병들이 파손된 민가의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발생의 직접 원인은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 때문이다.

조종사는 지상에서 비행 준비를 하면서 비행임무계획장비(JMPS)에 좌표 등 비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입력한 후 이를 비행자료전송장치(DTC)라는 저장장치에 담아 전투기 조종석 내 슬롯에 꽂으면 이 데이터들이 전투기 임무컴퓨터에 입력된다. 그러나 중간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폭 사고를 일으킨 KF-16 조종사 2명은 지난 5일 비행 준비를 하면서 다음날 실무장 사격을 위한 표적 좌표를 입력했다.

문제는 1번기 조종사가 표적을 포함한 경로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JMPS에 입력한다. 비행경로와 표적을 포함해 위도 7자리, 경도 8자리 등 15개 숫자로 이뤄진 좌표를 14개로, 숫자가 약 200개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표적 좌표가 오입력됐다. 폭격 좌표의 위도 중 05(공오)를 00(공공)으로 잘못 기입한 것이다.

표적 좌표를 1번기 조종사가 잘못 불렀는지 맞게 불렀지만 2번기 조종사가 잘못 입력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군 관계자는 “1번기 조종사는 좌표를 제대로 불렀다고 얘기하고 2번기 조종사는 좌표를 제대로 입력했다고 말해 진술이 엇갈린다”며 “현장에는 두 사람뿐이었다"며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좌표 입력이 올바르게 됐는지 재확인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건 분명하다. 첫 번째 확인 기회를 놓친 것이다. 게다가 14개 좌표를 입력한 후 프린트해 해당 좌표가 정확한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당시 오류로 인해 프린터가 작동하지 않아 이런 절차가 생략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일 이륙 전 점검 단계에서 두 조종사는 잘못된 좌표가 포함된 데이터를 JMPS에서 DTC에 저장했는데 2번기 DTC에는 장비 오류로 인해 데이터가 제대로 저장되지 않았다. 이에 2번기 조종사는 조종석 내에서 수동으로 좌표를 다시 입력했는데 이때는 표적 좌표가 정확하게 입력됐다. 결과적으로 1번기에는 잘못된 표적 좌표가, 2번기에는 올바른 표적 좌표가 입력된 것이다.

다만 이륙 전 최종점검단계에서 1, 2번기는 경로 및 표적 좌표를 재확인했으나 이때도 1번기 조종사는 입력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해 두 번째 확인 기회도 놓쳤다.

이륙 후 비행하면서 1번기 조종사는 비행경로와 표적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으나, 항공기에 시현된 비행정보를 믿고 임무를 강행했다. 특히 조종사들은 정해진 탄착시각(TOT)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표적을 정확히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는데도 맹목적으로 최종공격통제관(JTAC)에게 “표적 확인”이라고 통보하고 무조건 폭탄을 투하했다. 투하 전 표적 육안 확인이라는 세 번째 확인 기회도 스스로 날린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사고 당일) 날씨가 나쁘지 않았고, 표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조종사들이 눈으로 확인했어야 하는데 그 점이 비행 측면에선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민가에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공군 KF-16 전투기에서 비정상적으로 투하된 폭탄이 폭발하는 장면이 잡혔다. 사진 제공=MBN


심지어 공군은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하는 단계부터 지휘체계 내 상황 보고, 대국민 공지까지 전 과정이 총체적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군 전투기가 민가에 폭탄을 투하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공군은 자신들의 폭탄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폭탄 파편을 찾느라 언론 발표를 무력 100분간 미룬 것으로 확인돼 질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우선 공군작전사령부(공작사)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 7분께 KF-16 전투기 조종사들로부터 좌표 오입력을 확인해 ‘전투기 민가 오폭’ 상황임을 정확히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난지 3분 만이다. 당시 조종사들은 공작사에 오폭을 한 좌표도 바로 보고했다. 폭탄이 잘못 떨어진 위치까지 공군이 알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작사는 민간 피해를 일으킨 탄이 공군 전투기에서 투하된 폭탄이 맞는지 확인하는 데만 집중하는 과오를 범했다. 이 때문에 오입력된 좌표가 사격장 남쪽 민가 지역이니 해당 지역 부대와 경찰, 소방과 긴밀히 협조해야 했지만 공군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결국 오폭에 대한 보고도 지연됐다. 공작사 상황실은 오전 10시 7분 전투기 오폭 관련 비정상 상황을 인지했지만, 공작사령관에게는 이로부터 14분 뒤인 10시 21분께 보고가 이뤄졌다.

상급부대에 대한 보고도 늦어졌다. 군 작전을 관할하는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첫 보고는 오전 10시 24분에 이뤄졌다. 이는 공군이 아닌 육군 6사단이 한 것이다.

사고 현장 인근에 예하 부대가 있는 육군 6사단은 미상의 폭발이 발생했다’고 합참에 보고했다. 이 보고가 합참의장에 10시 40분,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에 10시43분에 전달됐다. 첫 보고는 ‘전투기 오폭 발생’이 아니라 ‘미상의 폭발 발생’이었던 것이다. 공작사는 10시 43분에서야 ‘폭탄이 비정상 투하됐고, 탄착을 확인하고 있다’고 합참에 보고했다.

이런 까닭에 오폭에 대한 윗선 보고도 지연됐다.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사고 발생 39분 뒤, 군 통수권자인 최상목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약 1시간 뒤에 보고를 받았다. 무엇보다 공군은 사고 발생 후 약 100분이 지난 오전 11시 41분에서야 우리 전투기의 비정상 투하를 언론을 통해 공식 확인했다.

지난 7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서 피해 주민들이 파손된 집을 바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외에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의 공역 통제와 최종공격통제관(JTAC)의 폭탄 투하 승인은 절차대로 이뤄졌다고 공군은 설명하지만, MCRC의 공역 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를 낸 전투기가 잘못된 표적으로 이동하면서 비행경로를 벗어난 상황에서 MCRC 항공관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공군은 “이번 실무장 사격에서 MCRC에 부여된 임무는 대기지점까지의 유도와 공역 통제, 주변항적 분리, 비행금지·제한구역 침범 방지 등이었고 이는 정상적으로 수행됐다”며 “임무 항공기가 대기지점을 출발한 이후부터는 MCRC가 아닌 사격장 내 JTAC의 통제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JTAC은 표적 또는 항공기를 육안으로 확인한 상태에서 조종사가 '표적 육안 확인'을 통보하면 사격을 승인한다”며 “이번 사고의 경우 조종사가 표적 육안 확인을 통보해 JTAC은 절차대로 이를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JTAC도 절차를 지켰다고 하지만 사고 전투기가 훈련장 내 표적지에서 10㎞나 떨어진 잘못된 표적으로 비행해 육안으로 위치가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인데도 폭탄 투하를 승인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통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찌됐든 조사가 마무리되면 무더기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도 사고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고 관련자들의 사고 책임을 묻겠다고 을 언급했다. 또 사안의 심각성을 의시간 듯 이 총장은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없다”며 “저는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전투력 창출에 모든 역할을 집중할 것이고, 그것이 부족하다면 언제든 물러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사태를 어떻게 빨리 수습하고 재발 방지를 하느냐이고 그것은 차후에 처분받겠다”고 덧붙였다.

공군은 전투기 오폭 사고 이후 내린 공군 항공기 비행 제한 조치를 이날부로 해제하고 비행 재개를 지시했다. 다만 사고 전투기가 속한 제대는 사고 조사가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비행이 중단된다.

한편 공군은 이번처럼 조종사가 잘못된 표적을 입력해 오폭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차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수행 중인 표적 좌표 확인절차에 더해 최종공격단계 진입 전 편조 간 표적 좌표를 상호 확인하는 절차와 MCRC에 실무장 전담 통제사를 지정해 임무 편조와 표적 좌표를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하는 등 표적좌표 오입력에 따른 오폭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실무장 표적 좌표 중복확인 절차를 보완하고 강화할 방침이다.

공군은 또 실사격 훈련 때 부대 지휘관에게 비행계획과 임무결과를 대면 보고하게 하고, 대대장(비행대장)이 브리핑에 직접 참여해 임무준비상태 및 수행능력을 점검하기로 했다.

한편 국방부는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지시에 따라 국방부 조사본부 인력을 투입해 이번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에 대한 조사 및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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