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기업의 절반 이상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는 사실혼 직원에게도 법률혼 직원과 동일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1~2월 일본 주요 대기업 64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7개사(57.8%)가 복리후생 등 사내 규정에서 사실혼과 법률혼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에서는 사실혼 상태의 직원도 결혼 축하금, 육아휴가, 가족수당 등을 법률혼 직원과 동일하게 지급받는다. 기업들은 주민등록등본 등으로 사실혼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사실혼을 인정하는 기업 중 18개사는 최근 5년 내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고 응답했다. 규정 개정 이유로는 '가족 및 혼인 양상 변화에 따른 가치관 다양화', '사실혼 수요 증가 경향' 등을 들었다. 마이니치신문은 "다양한 요구에 맞춰 기업이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사실혼을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는 기업들은 '국가가 법률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 '혼인 관계 확인에는 법률혼이 적절해서'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다만 이들 기업 중 일부는 규정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니치신문은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젊은 층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해 선택받으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인이 사실혼을 선택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결혼 후 성(姓)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부부가 동일한 성을 사용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으며, 90% 이상은 여성이 성을 바꾸고 있다.
내각부가 2022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 1만906명 중 3.3%가 “사실혼 상태”라고 답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설문에서는 결혼으로 성을 바꾼 여성 기혼자의 52%가 부부별성제가 허용됐다면 성을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선택적 부부별성제는 일본 정치권에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나 자민당 보수층의 반대로 진전이 더딘 상황이다. '부부별성 선택이 가능하다면 법률혼을 하고 싶다'는 미혼자의 응답률은 여성(28%)이 남성(8%)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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