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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무기 늘린 유럽…‘킬 스위치’로 무력화 우려에 ‘조마조마’

2020~2024년 우크라 무기 수입 2배 이상 증가

유럽 “美 의존도 너무 높아…방위력 위협할 수도”

역내 무기 구매 확대 ‘바이 유러피안’ 정책 추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EPA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3년간 유럽 대륙의 무기 수입이 급증한 가운데 미국산 무기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심 원칙인 ‘집단방위’에서 발을 빼려는 태도를 취하는 가운데 과도한 대미 의존이 유럽의 자체 방위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현지 시간)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0~2024년 우크라이나의 무기 수입량이 2015~2019년 대비 155%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무기 수입의 8.8%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세계 1위 수준이다. 2022년부터 러시아 침공에 대응하면서 막대한 규모의 무기를 사들인 데 따른 것으로 읽힌다.



무기 수입을 대륙별로 나눠보면 유럽의 수입량이 급증했다. 유럽은 2020~2024년 전 세계 무기 수입의 28%를 차지했는데 이는 직전 5년(2015~2019년)의 11%보다 1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전 세계 무기 수입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아시아·오세아니아(41%→33%), 중동(34%→27%) 등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반면 무기 수출에서 미국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해당 분야에서 미국의 비중은 43%로 이전 5년보다 8%포인트나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유럽이 미국산 무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나토 회원국이 수입한 무기 중 미국산이 64%에 달했다. 직전 5년(52%)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럽과 미국 간 마찰이 생길 경우 구매한 미국산 무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미국이 자국산 무기를 무력화하는 이른바 ‘킬 스위치(kill switches)’를 통해 유럽의 방어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산 첨단무기에 반드시 필요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제때 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끊는 모습을 목격한 상당수 유럽 국가들이 그간 미국 무기를 다량 구매해 온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은 방위비 지출을 대폭 늘리는 한편 유럽산 무기 구매를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8000억 유로의 ‘재무장 계획’과 관련해 ‘바이 유러피언(유럽산 구매)’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1500억 유로 규모인 무기 대출금의 경우 유럽산에만 쓰일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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