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국내 건설사들의 주택 수주액이 9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공사비 급등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미분양이 크게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이 수주를 기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부터 수도권 입주물량이 급감하는 만큼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간 국내 건설사들의 주거용 건축 수주액은 총 3조 107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5조 3997억 원)대비 약 42% 감소한 규모다. 1월 기준으로는 2016년(2조 9249억 원) 이후 약 9년 만에 최저치다. 비주거용 건축 수주액이 지난해 1월 2조 8463억 원에서 올해 1월 3조 2613억 원으로 14%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주거용 건축 수주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주거용 건축 수주 실적에는 신규 주택과 재건축·재개발 등이 포함된다. 특히 공공 부문보다 민간 부문 타격이 컸다. 공공주택 수주액은 3기 신도시 등 효과에 크게 늘어난 반면 민간부문은 신규주택(-56.6%), 재개발(-28.3%), 재건축(-59.6%) 수주액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부동산 PF 등의 영향으로 건설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최근 미분양 증가에 따라 신규 사업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 업계는 최근 미분양이 가파르게 늘어난 경기 외곽과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 수주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 지역의 올해 1월 미분양 주택은 총 1만 5135가구로, 전월 대비 16.8% 증가했다. 1월 수도권 주택착공 실적도 3985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68.4% 감소했다. 지방 착공물량은 40% 줄어든 6193가구에 그쳤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에만 공사비 1조 6000억 원 규모의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1·2·3차’와 1조 3000억 원 규모의 서초구 ‘신반포4차’ 등 강남권 알짜 재건축 단지가 유찰을 겪으며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사들의 선별수주 전략 강화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현상에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도시정비사업 마수걸이를 한 곳은 이달까지 절반에 불과하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서울은 분담금 증가 우려에 정비사업 발주 자체가 줄어든 것도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건설경기 침체 골이 깊은 지방에서는 공동주택 용지마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대전연축·충남 내포신도시·부산강동 등의 공동주택 용지를 공급했으나 건설사들의 외면에 줄줄이 유찰됐다. 지방의 경우 신규 주택을 주로 공급해온 중견 건설사들의 경영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 건설사 중 80% 이상이 지방 건설사였다.
주택 수주액 감소는 아파트 입주 물량 급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임대 포함)은 2023년 19만 4151가구에서 올해 13만 57가구로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은 이보다 더 적은 7만 4100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민간 공급이 위축된 만큼 공공주택을 늘리겠다는 복안이지만, 3기 신도시 절반 이상이 2030년 이후 입주로 공급 절벽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사비와 금리 급등으로 2022년 대폭 감소한 착공 물량이 최근 주택 시장 불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민간 차원의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 국회에서 재건축·재개발 특례법 등의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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