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거둔 사이 러시아가 빼앗겼던 영토 상당분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과 종전 협정을 앞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협상도 하기 전에 러시아에 내밀 카드를 잃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현지 시간)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텔레그램에 성명을 게시하고 수자 북쪽에 있는 말라야 로크냐, 루스코예 포레치노예, 코시차 등 3개 마을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계속 궤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에 앞서 쿠르스크 레베데브카 마을을 탈환하고 인근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의 노벤케까지 점령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쿠스르크 지역은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 반격을 통해 점령한 옛 러시아 땅이다. 당시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외세에 지상 침공을 당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에 대해 “연기 나는 솥의 뚜껑이 사실상 닫혔다”며 “공세는 계속된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블로거 보흐단 미로시니코우도 8일 밤 “쿠르스크 지역 상황이 대단히 어렵다”며 “병참 경로를 급히 정리하지 않으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NN은 9일 러시아가 쿠르스크에서 진격을 거듭하며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협상 카드를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군사 블로거들은 러시아군이 8일 가스관 안으로 진군해 국경 마을인 수자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약 1만 2000명의 북한군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됐다고 덧붙였다. 수자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보내는 수송관이 있는 지역이다. 우크라이나는 올해부터 자국 영토를 통한 러시아산 가스 수송을 전면 중단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군이 가스관을 이용해 침입했으나 이를 신속히 감지해 로켓과 드론, 포탄으로 격파했다고 주장했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8∼9일 밤 러시아 드론 119대의 공격을 받고 이 중 71대를 격추했다.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미국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인 뒤 군사적 지원을 끊자 곧바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소 수십 명의 사상자도 발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주 내내 러시아는 공중 유도 폭탄 1200발, 공격용 드론 870대, 미사일 80기 등 다양한 무기를 동원해 우리 국민에게 수백 건의 공격을 가했다”고 썼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가 광물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들은 그들이 보여줘야 하는 만큼 보여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제공 중단 조치는 거의 다 해제했다”며 러시아에 대한 관세 부과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등으로 구성된 미국 고위급 대표단은 오는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만나 종전, 광물협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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