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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원숭이와 꽃신, 그리고 ‘한국형 AI’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소리의 꽃신 선물에 안주한 원숭이는 행복했을까.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예쁘고 편한 꽃신에 길들어버린 원숭이는 몰랑해진 발바닥으로 더는 나무를 탈 수 없게 된다. 오소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처음에는 선물로 제공한 꽃신에 신발값을 요구하고 점점 더 가격을 올리다 원숭이를 노예로 부리게 된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 뒤처진 한국의 현실은 ‘원숭이와 꽃신’의 우화를 연상하게 한다.

과장일까.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이미 ‘전략자산화’돼가는 상황에서 현장의 우려는 상상한 것 이상이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동영상을 생성하는 AI 모델을 이용해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제작에 활용해보려고 한다. 미국 오픈AI의 ‘소라’, 구글의 ‘비오’, 중국 콰이쇼우의 ‘클링’ 등이 이미 업계의 뜨거운 반응 속에 영상 제작의 복잡한 작업을 도와주며 창작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있다.

그런데 고려 시대를 충분히 학습하고 훈련한 우리만의 AI 모델이 없다면 어찌해야 할까. 급한 대로 해외의 AI 동영상 모델을 썼다가 국적 불명, 시대 불명의 엉터리 영상이 나와서 경악하거나 그 반대로 해외 모델임에도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정교하고 생생하게 고려 시대를 구현한 작품이 튀어나와 다른 차원에서 섬뜩함을 느낄지 모르겠다.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지는 건 단순히 기술의 흐름을 놓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AI 자체가 일상의 자동화와 효율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사회 문화 전반에 지배적 영향을 끼치는 시대에 진입한 상황이다.

‘데이터 주권’ ‘AI 주권’이라는 거창한 용어를 앞세우지 않더라도 세계 여러 나라가 전쟁에 준하는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희뿌연 황사처럼 복합위기가 드리운 한국 경제에 AI가 새로운 먹거리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조차 사치로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절박하다.

미중 쏠림 현상이 확연하지만 시중에는 다양한 AI 모델과 서비스가 나와 있다. 불행히도 그 많은 모델 가운데 우리는 아직 변변한 국가대표를 갖추지 못했다. 민간 섹터의 고군분투를 깎아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의 실기가 그만큼 뼈아팠다.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 ‘AI 원년’을 외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위시해 자국 우선주의 흐름 또한 명백한 뉴노멀이 됐다. 옳고 그름을 떠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선제적 대응이 늦어지면 이대로 주저앉게 된다. 향후 2~3년이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속도와 스케일업이 관건인 현재로서는 정부의 통 큰 투자로 지난 시기의 낙후를 부지런히 따라잡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게 지름길이고 세계 선진국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정부가 비용을 쏟아부어 국가적 산업을 키우는 것이라면 공적 투자를 공적으로 환원하는 한국형 AI 구축 방안 또한 건설적으로 논의해볼 만하다. 한국형 AI 구축에 더해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방향타도 같이 고민할 시점이다.

그런 논의 자체에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들이대는 협소한 시각과 낡은 인식을 뛰어넘지 못한다면 ‘AI 3대 강국’ 목표는 요원할 것이다. 지금은 산업화·정보화에 뒤이은 또 한 번의 모멘텀이 필요하다. 그 모멘텀을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또한 같이 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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