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지던 ‘대서양 동맹’에 균열을 일으키자 유럽 각국이 방위비 증액 등 자강(自强)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20세기에 옛 소련과의 무력 충돌을 경험한 독일·폴란드 등은 징병제 재전환 및 핵무장 가능성까지 꺼내 들고 나섰다.
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지도부는 6일(현지 시간) 특별정상회의에서 결의한 자체 군사력 강화 방안을 7일 화상회의를 통해 EU 비회원국, 캐나다와도 공유했다. EU 27개국 정상들은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유럽 방위력 강화에 8000억 유로(약 1258조 원)를 동원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유럽 재무장 계획(REARM Europe Plan)’ 추진에 합의했다. 외신들은 유럽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사실상 독자 노선 채비에 나선 것으로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보이며 군사적 지원 없는 종전을 추진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자강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다수당인 기독민주당(CDU)을 중심으로 징병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14년 만에 나왔다. 2011년 모병제로 전환한 뒤 국방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주독 미군 철수까지 언급하자 대응책 모색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 주둔한 미군 3만 5000여 명을 헝가리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내놓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연설을 통해 ‘프랑스 핵우산론’을 띄웠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동맹국 보호를 위한 핵 억지력에 대한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며 “우크라이나와 프랑스, 유럽인의 안전을 위해 지체 없이 결정해야 하고 결정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폴란드도 연말까지 남성 전체에 대한 군사훈련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7일 의회 연설에서 “15만 명 안팎 수준인 병력을 50만 명으로 늘리겠다”며 “자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