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국 1년이 넘은 의정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내년 의대 모집 인원 3058명 원상복귀’ 카드까지 내놓았다. ‘의정 갈등 1년간 의료 공백을 견뎠던 의미가 없다, 의료 개혁의 대의를 후퇴시킨다’는 비판 여론까지도 감수한 선택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일 대학 총장 및 의대 학장들과의 브리핑에서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에서 요구했던 올해 의학 교육 정상화 방안과 함께 정원 조정안을 내놨다. 더 내놓을 수 있는 방안도 마땅히 없다. 그만큼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얘기로 전공의와 함께 사태의 핵심인 의대생으로서도 화답할 때가 됐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10일 황규석 의협 부회장 겸 서울시의사회 회장 등 의료계와 만나 의정갈등 해소를 위해 나선다.
1년간 의정 갈등 국면에서 나타난 것처럼 계속해서 추가적인 요구를 내놓는다면 자칫 ‘반대를 위한 반대’로 흐를 위험이 있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브리핑에서 “정부의 의료 정책이 의료계의 지지가 없을 때 그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듯이 우리 의료계는 국민의 이해와 지지가 없을 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이종태 이사장은 7일 브리핑에서 이번 결정이 1년 넘게 끌고 있는 의정갈등을 수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복귀를 간곡하게 호소했다. 그는 “내년 정원은 3058명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여러분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렵게 합의한 모집 인원 논의는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싸늘한 의료계를 향한 국민 여론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의대생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 대책에 대해 “그 무엇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복귀 거부 의사를 밝혔다. 각 대학 총장들을 향해서는 “증원분에 대한 교육이 불가능함을 인정하면서도 안 돌아오면 5058명을 뽑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 사항들 중 정부가 수용 의사를 밝힌 것들이 적지 않다. 의대협은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철회, 붕괴된 의료 전달 체계 확립, 24·25학번 교육 파행 해결, 재발 방지를 위한 투명한 보건의료 정책 거버넌스 수립 등 요구 조건을 수용해야 복귀한다는 입장이다. 이들과 함께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를 비롯한 7가지 요구 사항을 내걸고 있다. 이들 중 의료 전달 체계 확립,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 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법적 대책,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 상당수가 의료개혁특위에서 논의 중이다. 특히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여야 의원들이 전공의들의 의견을 반영한 법안들을 발의하고 있다
정부도 의료계도 이번에 발표된 ‘내년 모집 인원 3058명’ 방안이 1년 넘게 끌고 있는 의정 갈등을 끝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의대생들의 첫걸음은 ‘투쟁과 학업의 분리’가 돼야 한다. “복귀는 당사자가 결정할 사항이나 선배 입장에서는 투쟁을 하더라도 학교로 돌아와서 학업과 병행하기를 권하고 싶다”는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의 말을 곱씹을 때다. 정부도 “지난 1년간 환자의 희생만 남았다”는 지적까지 감수해 가며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의료 개혁에 대한 의지는 변함없음을 강조해야 한다.
아울러 각 의대는 학생들이 복귀했을 때 원활히 교육할 수 있도록 KAMC가 제안하고 정부가 받아들인 네 가지 모델을 바탕으로 적절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의대협은 “언젠가는 동시에 본과 임상 수업, 병원 실습을 해야 하는데 교육 여건이 마련돼 있느냐”며 “졸업 후 전공의 수련은 제대로 가능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종태 이사장은 “의대의 75%는 정부가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하면 의학 교육의 질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하지만 설득 작업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24일부터 시작하는 특별교육 일정이 준비돼 있다고 밝힌 연세의대와 같은 움직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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