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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배신 난무…'교황 선거판'도 다르지 않았다

[리뷰 : 영화 '콘클라베']

권력 향한 추기경들의 암투와 욕망

정치 서스펜스 이상의 도파민 선사

영화 '콘클라베'의 한 장면. 사진 제공=디스테이션




“우리 주 그리스도를 증인으로 청하오니, 제 표가 반드시 교황이 되실 분에게 가도록 이끄소서.”

영화 ‘콘클라베’는 교황이 갑작스럽게 선종하면서 새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했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등의 각본을 작업한 ‘서스펜서 스토리텔러’ 피터 스트로갠의 솜씨가 유감 없이 발휘됐다.

콘클라베는 가톨릭 교회의 교황 선출 선거 제도다. 선거 추기경단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과반수 이상을 얻은 이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한다.

교황 선출 과정은 신성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간악한 정치와 음모·폭로가 난무하는 세속의 선거와 흡사하다. 후보의 비리와 성추문 등을 폭로하는 네거티브 전략이 선거를 지배한다. 이쯤 되면 새 교황으로 최선·최고의 추기경이 아닌 흠결이 드러나지 않은 차악의 후보가 선출될 지경에 이른다.

영화 '콘클라베'의 한 장면. 사진 제공=㈜디스테이션




영화는 단장으로서 선거를 총괄하는 수석 추기경 로렌스(랄프 파인즈 분)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관객들은 한없이 자신을 낮추지만 마음 속 깊이 교황의 자리를 넘보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면서 몰입하게 된다. 이 때문에 종교 영화임에도 정치 서스펜서나 스릴러물 이상의 도파민을 선사한다. 지지자들에게 “신앙이 부족해 교황 자격이 안 된다”고 말하고는 다음 장면에서 권력욕이 폭발할 것 같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랄프 파인즈의 명연기 덕이다.

영화는 언론을 통해 알려졌던 사제들의 추문을 드러내며 교황의 자격을 묻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나약한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신의 용서와 구원을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30년 전 수녀를 임신하게 한 흑인 추기경 아데예미는 로렌스에게 “딱 한 번이었다”며 눈을 감아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자신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청한다.

영화 '콘클라베'의 한 장면. 사진 제공=㈜디스테이션


콘클라베는 권력 쟁취의 전쟁터로 변질되고 5번째 투표 중 교황청에 폭탄이 터지면서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무슬림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다. 보수 성향 테데스코 추기경은 종교 전쟁을 승리로 이끌 후보가 교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때 새로 온 베니테즈 추기경이 “증오에 굴복해서는 안된다”며 종교 전쟁을 반대하고 나선다. 그는 오지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소수자이자 이방인이다. 권력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종교의 순수한 가치를 강조한 그가 결국 교황으로 선출된다. 그러나 순수한 신앙을 간직한 새로운 이를 교황으로 선출한 이유도 신성해 보이지 않다는 점은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더욱 심오하고 철학적으로 만든다. 경쟁 파벌에 교황이라는 최고의 권력을 넘겨 주기보다는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이를 교황으로 선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다.

영화 '콘클라베'의 한 장면. 사진 제공=㈜디스테이션


정치적 계산으로 교황이 선출되면서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영화는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반전을 배치했다. 새 교황의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나면서 이 작품의 본질은 구원을 향한 인간의 모습이자 진정한 종교 영화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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