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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첫 조기경보기 정말 ‘완성’ 단계일까?…진짜라면 군사적 의미는[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北조기경보기 개조 정황 2년 전에 포착

러시아 전략수송기 일류신(IL)-76 기반

‘인도 A-50’ 초기형 탐지거리만 450㎞

황해도 상공서 ‘한반도 전역’ 감시 가능

평양 순안국제공항의 정비구역에 IL-76 수송기가 서 있다. 개조 중인 수송기 상부에 설치된 레이더 지지대가 보인다. 사진=38노스 캡처




# 지난 2023년 12월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는 상업용 위성이 촬영한 평양 순안공항 사진을 공개하며 “북한이 일부 수송기를 조기경보기로 개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고려항공 화물기로 쓰이는 러시아제 수송기 일류신(IL)-76 3대 중 1대가 순안공항 정비용 격납고 근처에서 개조 공사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 지난해 12월에 다시 유사한 기사가 나왔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을 찾은 한 관광객이 고려항공 여객기를 타고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이륙하기 직전 주변을 촬영한 동영상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공항 한켠에 세워져 있던 고려항공 소유 IL-76 수송기가 찍혔는데 주(主)날개 바로 뒤에 레이더돔 지지대로 보이는 수직 구조물이 부착된 모습이 위성사진으로 식별돼 군사전문가들의 관심을 받아왔던 기체다.

# 올해 3월 또 다시 북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개조 중인 모습이 포착돼 러시아제 전략수송기에 대형 ‘레이돔’이 올려졌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38노스는 촬영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순안국제공항 내 유지보수용 격납고 옆에 주기된 일류신(Il)-76 항공기의 동체 위에 커다란 레이돔이 올려진 모습이 확인됐다”며 북한 당국이 해당 항공기를 공중조기경보기(AEW)로 개조 중이라는 관측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북한은 1990년대에 러시아제 전략수송기 일류신(Il)-76 기종 3대를 도입해 고려항공 소속 화물기로 운영하면서 군사적으로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2023년엔 이 가운데 한 대를 순안공항내 별도 구역으로 이동시켜 관리해 왔던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동체 위에 커다란 레이돔이 올려진 모습이 위성 사진과 북한을 찾은 관광객 영상에 찍히면서 조기경보기로 개조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레이돔’(radome)은 레이더와 돔의 합성어로 항공기 외부에 부착한 레이더 안테나의 방수·방진용 덮개를 뜻한다. 군사전문가들은 레이돔이 설치된 것을 근거로 북한의 첫 공중조기경보기가 완성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레이더에는 삼각형 모양의 무늬가 그려졌는데 이는 중국의 조기경보통제기의 디자인과 유사한 모슴이다. 38노스는 “이것은 일부 중국제 공중조기경보기에서 보이는 것과 유사하며 미국이나 러시아 항공기에는 쓰이지 않는다”면서 “중국 항공기의 경우 이 삼각형은 각각 120도를 커버하도록 배열된 비회전 위상배열 레이더들의 배치를 의미한다”며 “이는 중국의 지원이나 영향을 시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동체 상부에 구조물이 보이는 북한 수송기의 모습. 사진=폴렛미 에비에이션 비디오스 유튜브 계정 캡처.


그 동안 군사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명이 넘는 병력을 파병하는 등 러시아와 군사적 밀월을 강화해 온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조기경보기 운용에 필요한 장거리 레이더 시스템 등 기술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해 왔다.

조기경보기는 상공에서 감시 레이더로 적의 항공기와 선박을 탐지하고 움직임을 분석해 지휘부와 전투기에 전달하는 ‘하늘의 눈’ 역할을 한다.

북한은 아직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개발 사실이나 관련사업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다만 2022년쯤부터 무인기와 조기경보통제기 등 정찰용 항공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 수시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첫 조기경보기를 정말로 완성했다면 군사적 의미가 상당히 높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조기경보기를 보유하게 되면 고출력, 장거리 탐지가 가능한 레이더를 갖추게 돼 적 공군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할 뿐만 아니라 내부에 항공관제사를 탑승시켜 공중에서 아군 항공작전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하게 된다.



무엇보다 전투기나 다른 항공기보다 훨씬 원거리에서 적을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경보기를 갖추게 되면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공중전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실제 우리 공군은 북한이 가지지 못한 조기경보기 E-737 ‘피스아이’를 운용하며 공군력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물론 우리 군도 기술이 부족해 아직은 해외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기체를 북한이 개발을 완성했다는 데 부정적 의견도 많다. 하지만 북한보다 훨씬 기술력이 떨어진 이라크가 1980년대 말 이미 IL-76 수송기를 개조한 ‘바그다드(Baghdad)’​ 조기경보기와 ‘아드난(Adnan)’​ 조기경보기를 만든 바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게다가 조기경보기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레이더도 북한은 위상배열레이더 기술을 이미 확보해 지대공 미사일과 신형 전투함 등에 탑재하고 있다. 극비가 요구되는 전략자산이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뿐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외형상으로 북한이 개발 중인 신형 조기경보기는 인도 공군의 ‘A-50EI’ 와 중국 공군의 ‘KJ-2000’ 조기경보기와 유사한 모습이다. 두 기체 다 북한처럼 IL-76 수송기를 개조했지만 러시아의 IL-76 개조 조기경보기와 레이더 형상과는 다르다. 원반 형태의 검은색 레이더에 하얀 삼각형이 있는 것은 3개의 위상배열 레이더로 됐다는 의미로 레이더가 기계적으로 회전하지 않아 러시아 조지경보기와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조기경보통제기 KJ-2000.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레이더 위치도 다르다. 중국이나 인도 공군의 IL-76 조기경보기와 달리 북한 조기경보기는 레이더가 더 크고 동체 중앙에 배치됐다. 이는 북한이 중국 혹은 러시아에서 그대로 레이더를 수입한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개발해서 장착했기 때문에 레이더가 대형화 되고 항공기의 무게중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큰 레이더를 동체 중심부로 당겨서 설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공개된 영상과 사진에서는 북한의 기체는 조기경보 레이더와 여러 안테나 및 전자전 장비를 갖춘 것이 식별되지 않는다. 현재까지 북한의 조기경보기에 기술적 수준이나 완성도가 한참 멀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북한이 제작 중인 조기경보기가 인도 A-50 초기형 성능만 갖춰도 탐지거리는 450여㎞에 달한다. 이는 황해도 상공에서 한국 공중전력을 대부분 감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만약 러시아와 밀착해 파병 댓가로 신형인 A-50U 관련 기술을 제공 받아 신형 ‘쉬멜-2’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가 적용됐다면 탐지거리는 650여㎞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이 조기경보기를 확보할 경우 한미 연합군의 대북 타격 자산 가운데 특히 순항미사일은 전략적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여기에 북한 입장에서는 군 지휘부가 몰려 있는 수도 평양을 방호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레이더의 크기와 성능을 감안할 때 북한의 조기경보기는 평양 상공에서 휴전선 근처를 비롯해 남해 전역에 대해 비행 항공기를 탐지할 수 있다. 공습을 위해 출격하는 우리 공군 전투기와 미사일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어 대공 방어에 훨씬 유리해진다.

따라서 만약의 경우이지만 우리 군은 북한의 조기경보기 운용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적 시나리오가 필요할 수 있다. 북한이 조기경보기와 연동해 초장거리 지대지 및 공대지미사일까지 운용한다면 한미 군 당국에게는 위협적 존재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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