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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배우자 상속세 폐지 수용"…권성동 "최고세율 급하지만 일단 환영"

■여야 상속세 개편 논의 급물살

중산층 稅 부담 완화 공감대

李 "동의할테니 조건 없이 처리"

10일 국정협의회서 타협안 모색

野, 최고세율 인하는 아직 부정적

이견 커지면 '패스트트랙' 압박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이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민의힘이 꺼내 든 ‘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 방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상속세의 최고세율 인하가 급하지만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기 대선 국면을 앞두고 ‘세 부담 완화’ 카드로 수도권과 중산층 표심을 겨냥하려는 양당 간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분위기다. 여야 모두 “이견이 없는 부분부터 우선 통과시키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지지부진했던 상속세제 개편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면제는 이혼하거나 재산을 분할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며 “우리도 동의할 테니 이번에 처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문제는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이 반발하는 ‘세대 간 부의 대물림’이 아닌 ‘수평적 부의 이동’에 해당하는 만큼 민주당의 감세 기조와 배치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상속세 일괄 공제와 기본 공제를 올리는 데는 (여당도) 동의하는 것 같다”며 “부모나 배우자 사망 시 상속세 때문에 집을 떠나는 일이 없게 초부자 상속세 감세 같은 조건을 붙이지 말고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민주당은 일괄 공제액을 현행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배우자 공제 최저 한도를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안을 추진해왔다. 서울에서 집 한 채를 가진 중산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됐다. 민주당이 ‘감세 이슈’를 주도하자 여당은 이에 질세라 배우자 상속세 공제 한도를 현행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높이자는 기존 당론에서 아예 폐지 쪽으로 더 세게 맞불을 놓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당론으로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부부 사이에 이혼하면 재산 분할을 하고 그 재산 분할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런데 사별해 상속받으면 부부간에도 상속세를 내게 돼 있다. 얼마나 불합리한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날 여야 국정협의회에서도 상속세 개편이 거론됐다며 “우리가 법안을 내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하면 민주당도 전향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승현 기자


그간 정가 안팎에서는 상속세법 개정안이 결국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표심 경쟁’과 맞닿아 있는 만큼 양당 간 지루한 밀고 당기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민주당도 상속세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 있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이 대표가 돌연 여당 안을 일부 받기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상속세 개편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여당 지도부 내에서도 “상속세 개편이 시급한 상황인 만큼 일단 일부라도 접점을 찾은 쟁점부터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10일 예정된 3차 여야 국정협의회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여당에서는 공제 한도 확대와 함께 최고세율 인하도 추진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권 위원장은 이 대표의 배우자 상속세 면제 수용에 “전향적인 태도를 환영한다”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국민경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업승계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을 경쟁국 수준으로 낮추고 중소기업인이 안정적으로 승계될 수 있도록 공제를 확대해야 우리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대표는 “최고세율 인하 문제는 권 위원장은 하고 싶을 텐데 우리가 동의하지 못한다”면서 “(여야가) 동의하는 것부터 먼저 하자”고 다시 한번 압박을 가했다. 만약 여야가 서로의 입장을 고수할 경우 자칫 상속세 개편의 판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소식이 나오면서 정치권이 세제 개편 등 정책 경쟁 모드에서 탄핵 관련 이슈로 급격히 쏠릴 수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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