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구속 법원도 인정했다. 윤석열 대통령 즉각 석방하라!”
“내란 공범 중앙지법 규탄한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구속하라!”
7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몰려든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로 점차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저마다 손에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탄핵무효 계엄합법’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관저 앞을 향해 윤 대통령 석방과 관련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자 지지자들은 구름떼같이 관저 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당초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지지자들은 구속 취소 소식을 접하자마자 “관저 앞으로 가자”며 대규모 이동을 시작했다.
한남동 앞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은 한 남성은 지지자들에게 더불어민주당이 긴급상황 최고위원회를 개최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민주당이 쫄았다. 당장 해산해야 한다”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이날 중구 약수동에서 구민 정보화 교육을 받다 윤 대통령 구속취소 소식을 접하고 바로 한남동으로 왔다는 조성환(69) 씨는 “2년전부터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왔었는데, 오늘은 석방이라는 기쁜 소식을 듣고왔다”며 “우리는 대통령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집회에 참석한 이 모(39) 씨는 “공수처가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강제로 대통령을 연행하는 모습이 가장 충격적이었다”며 “탄핵 정국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진행돼왔던 집회에 모두 참석했다는 김 모(27) 씨는 “민주당의 입법 폭거 등 행보를 보면서 분노했다”며 “오늘 헌법재판소 앞에 있다 석방 소식을 듣고 바로 여기로 왔다. 구속 취소만으로 기쁘지만 헌재 탄핵 선고에도 긍정적 영향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진보단체도 바로 관저 앞으로 이동했다. 당초 ’윤석열out청년학생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관저 앞 볼보빌딩에서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지만, 보수단체가 자리를 선점한 탓에 인근에 있는 루터교회 앞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이들은 ‘내란범 윤석열 당장 체포하라’, ‘윤석열을 파면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법원의 윤 대통령 석방 결정을 비판했다. 또다른 진보단체인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도 이날 오후 7시 30분 광화문 서십자각 앞에서 윤 대통령 석방 긴급 규탄대회를 연다.
진보단체와 보수단체 지지자들이 동시에 같은 장소로 몰리면서 곳곳에서 충돌도 발생했다. 관저 앞 집회를 가기 위해 진보단체가 규탄대회를 열고 있는 루터교회를 지나치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학생들을 향해 “북한으로 가라 빨갱이들”, “너희 부모는 이러고 있는 걸 아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진보집회 참석자들 역시 지지 않고 “나잇값 좀 해라”, ”내란수괴 역적들”이라며 맞받아쳤다. 갈등이 격화되자 경찰은 양 단체 관계자들을 말리며 급히 펜스를 설치해 물리적 접촉을 막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도 100여 명의 지지자가 몰렸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구호를 연호하며 법원의 석방 결정을 반겼다.
경찰도 다시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당초 8개 부대 500여 명을 관저 앞에 배치했던 경찰은 18개 부대 1100여 명으로 증원해 대비에 나섰다. 관저 입구 통제를 위해 볼보빌딩과 한남초등학교 사이에 바리케이트와 펜스를 설치했다.
양 측의 집회는 주말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8일 오후 1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민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진보단체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은 8일 오후 사직로 일대에서 집회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집회·행진 구간 주변에 가변차로를 운영하고 교통경찰 220여명을 배치해 교통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급적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부득이 차량을 이용할 경우 교통정보를 확인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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