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6년 전 기술 수출한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신약을 반환받았다. 지난해 길리어드사이언스로부터 반환받은 데 이어 두 번째다.
유한양행은 독일 제약기업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GLP-1·FGF21 이중작용항체인 ‘BI 3006337’(YH25724)의 기술 반환을 통보받았다고 7일 밝혔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 2019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해당 물질 기술 이전 계약으로 기술 수출한 후 베링거인겔하임은 MASH 및 관련 간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다.
해당 계약의 총 기술 수출 금액은 8억 7000만 달러(1조 3000억 원)로, 이 중 유한양행은 총 5000만 달러(720억 원)를 수령했다. 이 5000만 달러는 반환하지 않아 재무적 손실이 없다는 설명이다.
전임상 결과 YH25724는 지방간염 해소와 항섬유화 효과를 통해 간세포 손상과 간 염증을 감소시키는 효능을 보였다. 베링거인겔하임은 MASH 및 관련 간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해왔으며, 올해 1분기 주요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유한양행은 YH25724의 미충족 의료수요 가능성과 임상시험에서의 안전성 결과를 토대로 개발 지속을 검토 중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도 M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길리어드사이언스로부터 반환받았다. 2019년에 길리어드에 기술수출한 후보물질은 MASH 치료를 위해 2개 약물 표적에 작용하는 ‘YH33619’였다. 당시 계약금과 개발, 허가·매출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 등 최대 7억 8500만 달러(약 1조 원) 규모였다. 이미 수령한 계약금 1500만 달러(약 200억 원)는 반환하지 않았다.
MASH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지방간과 간세포 손상이 동반되고 심하면 섬유화가 진행되는 질환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MASH 치료제 시장은 2026년 253억 달러(약 3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많은 제약사들이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발병에 미치는 요인이 복잡해 명확한 표적을 잡기 어렵고, 신약 효능을 측정하기 위한 임상 지표가 명확하지 않아 많은 제약사들이 개발에 난항을 겪었다.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는 화이자, 길리어드, 머크, 애브비, 릴리, 얀센 등이 후기 임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해 개발을 중단했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스웨덴과 중국에서 도입한 MASH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MASH 치료제는 미국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레즈디프라’가 유일하다. 지난해 3월에 출시돼 약 9개월 동안의 매출은 1억 7700만~1억 8000만 달러(약 2584억~2628억 원) 수준이었다. 미국 의약 전문지 피어스 바이오텍은 2028년 레즈디프라의 매출이 3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발의 어려움 속에서도 제약사들은 여전히 두 번째 MASH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머크(MSD)는 2020년 한미약품으로부터 기술도입 한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MASH 치료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 주요 연구 결과를 연내 공개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170900)가 미국 자회사 메타비아(구 뉴로보파마슈티컬스)와 개발 중인 MASH 신약 ‘DA-1241’도 글로벌 임상 2a상을 완료, 오는 2월 결과가 발표된다. LG화학은 스웨덴과 중국에서 도입한 MASH 치료제 개발은 중단했으나 자체 개발한 물질인 ‘LG203003’ 임상 1상을 이어가고 있다. HK이노엔(195940)은 퓨처메디신으로부터 ‘FM101’을 도입해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FM101은 MASH 주요 증상인 간 섬유화와 염증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유럽과 국내에서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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