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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서 줄이는 은행점포 日은 왜 다시 늘릴까[송주희의 일본톡]

<3>장롱속 50조엔 깨우려는 日은행

마이너스 금리에 집에 보관해온 자금

17년만의 금리인상에 예금수요 생겨

줄어들던 오프라인 영업망 다시 부각

미쓰비시UFJ 은행 20년 만의 신규점

JP모건 등 美 은행도 일본 출점 추진


송주희의 일본톡에서는 외신 속 일본의 이모저모, 국제 이슈의 요모조모를 짚어봅니다. 닮은듯 다른, 그래서 더 궁금한 이웃나라 이야기 시작합니다.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은행은 올 가을 약 20년 만에 신규 점포를 열 계획이다./AI이미지




요즘 은행 점포에 직접 가서 돈 보내는 분들 계신가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시대가 되면서 은행 창구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죠. 그래서 은행들이 지점을 통폐합하거나 아예 무인점포로 전환하는 추세인데요.
일본도 비슷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인구 감소와 업무의 온라인화로 은행 점포가 계속 줄어왔습니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개인 고객 대상의 영업망을 유지하는 것은 은행들에게 ‘돈 안되는’, 오히려 ‘돈 나가는’ 짐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줄이기만 하던 은행 점포를 다시 늘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은행이 약 20년 만에 신규 점포를 선보입니다. 이번 가을 오사카의 상업 시설과 도쿄에 각각 한 곳씩 새 점포를 열 예정인데요. 아이치현 등 다른 지역에서의 출점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미쓰비시UFJ은행은 2005년 도쿄 부촌 시로카네다이에 점포를 낸 이후로는 계속해서 ‘축소 전략’을 펴왔습니다. 점포 수는 2018년 3월 515개에서 올 3월 324개로 40% 가까이 감소했죠. 이는 다른 은행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일본 3대 메가뱅크인 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 그리고 미쓰비시UFJ의 합계 점포수는 2024년 기준 1000개로 2016년 대비 30%나 줄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변화는 영업시간입니다. 지금까지 일본 은행들은 대부분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미쓰비시UFJ은행이 선보일 새 점포들은 오후 5시 30분이나 오후 6시까지 문을 열고, 심지어 휴일 영업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일본은행/EPA연합뉴스


갑자기 인터넷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인구가 급증한 것도 아닐 텐데… 이런 변화는 왜 생기는 것일까요.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일본의 금리 인상과 소액투자비과세제도(신NISA) 도입입니다. 지난해 3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고, 같은 해 7월 정책금리를 0.25%로, 올해 1월 다시 0.5%로 각각 인상했습니다. 일본은행은 경제와 물가가 예측대로 움직이면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해나간다는 입장이라 추가 인상 기대감도 큽니다. 자연스레 은행 금리도 올라 예금 수요가 늘었습니다. 새롭게 확대된 NISA(신NISA) 제도로 투자를 상담하려는 개인들도 많아졌죠. ‘떠났던 개인 고객들’이 돌아올 여건이 다시 형성된 것입니다.

실제로 미쓰비시UFJ의 지난해 여름~겨울 점포 상담 건수는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합니다. 금융상품에 대한 상담이 늘어나면서 대면 서비스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른 은행들도 점포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약 250개 점포를 상업시설 내 소규모 점포 콘셉트로 바꾸고 있습니다. 기존 은행들은 대부분 큰 역사(驛舍) 앞 대로변에 대규모로 자리해 있었죠. 그러나 최근에는 사람들이 쇼핑하러 온 김에 들르기 쉽게 쇼핑몰 같은 상업시설 안에 ‘작은 가게’처럼 지점을 두는 방식으로 입점 스타일이 바뀌고 있습니다. 미즈호은행도 올해 도쿄와 가나가와에 같은 콘셉트로 3개 점포를 새로 열 예정이라고 합니다.



외국계 은행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은행들이 현재 일본 내 출점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하네요.

시기별 일본 장롱예금 추정액 추이(단위: 조엔)/다이이치생명그룹


참고로 일본에는 2024년 10월 기준 일명 ‘장롱(단스) 예금’이 50조엔(약 490조원)에 달합니다. 장롱 예금은 현금을 금융기관에 맡기지 않고 말 그대로 자기 집 장롱에 보관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마이너스 금리 시절, 은행에 돈을 맡겨도 이자가 거의 없다 보니 이렇게 돈을 금융기관이 아닌 자기 집에 방치(?) 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2024년 초만 해도 이 금액이 무려 60조엔에 달했는데요. 같은 해 7월 20년 만의 신권 지폐 발행이 이뤄지면서 구권 지폐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고, 여기에 금리 인상 기조까지 맞물려 약 9조엔이 줄어들었습니다.

은행들 입장에선 남아 있는 ‘50조엔’이 언제든 깨어나 자기 손님이 될 수 있는 ‘잠자는 장롱의 공주’겠지요. 금융기관들의 ‘계좌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각지의 은행에서는 '특가 플랜'을 내놓고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데요. 계좌를 만들어 일정액을 맡기기만 하면 현금을 주는 곳도 있고, 1년 한정으로 신규 고객에 한해 파격 금리를 제공하는 곳도 있습니다.

일본의 한 은행이 신규 계좌를 만들면 최대 1만5000엔 상당의 혜택을 돌려준다는 광고를 하고 있다. 특히 최대 1만엔까지 이용 금액의 20% 상당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프로그램 등으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호쿠리쿠은행 홈페이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대면 공간으로서의 은행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 있는 오늘, 대세와 다른 이웃 나라의 소식은 꽤 흥미롭습니다. 마이너스(-) 추세에서 다시 반등을 시작한 점포 수는 과연 어디까지 증가할지, 또 어떤 형태로 변주를 해나갈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재미와 정보의 이자가 쑥쑥 쌓일 수 있는 다음 일본톡을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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