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점점 정교해지는 마약 범죄에 맞서 국경·항공·해상·온라인 등 모든 유입 경로에서의 단속을 대대적으로 강화한다. 특히 올해부터 모바일 포렌식과 수중 드론을 적극 활용해 마약 밀반입을 원천 차단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 유통망을 추적하는 등 수사 역량을 한층 고도화한다. 그동안 감독의 사각지대로 지적돼온 국제우편물 배송과 항만 물류에 대한 감시가 보다 정밀해지고 위장 수사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5년도 마약류 관리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시행 계획은 △현장 단속 확대 △온라인 마약 유통 차단 △국제 밀반입 차단 및 국제 공조 강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정부는 올해 마약 거래·유통 현장에서의 단속 역량을 크게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검찰은 모바일 포렌식 기술을 도입해 현장에서 즉시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경찰은 연내 위장 수사 제도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수사기관이 위조 신분증을 사용하거나 신분을 숨긴 채 마약 거래에 잠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마약 사용자 식별 방식은 보다 정교해진다. 대검찰청은 검사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소변 유효성 검사법을 개발하고 정확도를 높인 신약물 검사법을 도입한다. 정부는 올해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유흥업소와 공항·항만 등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범정부 합동 특별 단속을 실시한다.
온라인 마약 유통 대응 체계도 촘촘해진다. 경찰청은 기존 ‘다크웹수사팀’을 ‘온라인수사팀’으로 개편해 텔레그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불법 가상자산거래소 등 비대면 마약 유통망을 집중 단속한다. 검찰은 수원·대구지검 내 ‘온라인 마약 유통 전담 수사팀’을 새롭게 설치하고 AI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상 불법 거래·광고를 상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수사기관이 마약류 범죄 이용 계좌를 확인하면 금융사가 즉시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아울러 국경 단속과 국제 공조를 확대한다. 관세청은 AI 기술을 활용해 국제우편물 등에서 고위험 물품을 선별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내년부터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해양경찰청은 수중 드론을 활용해 마약 우범국 입·출항 선박을 대상으로 선저 검사를 확대한다. 대검찰청은 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주요 마약 유입국에 마약 수사관을 파견하고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 참여 국가를 늘려 국제 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다음 달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극동 지역 마약법집행회의’를 공동 개최하고 인터폴과 협력해 미주·유럽 등 주요 유입국을 대상으로 합동 공조 작전을 추진한다.
이번 시행 계획에는 마약 범죄 엄정 대응뿐 아니라 마약중독자의 재활 및 예방 지원 방안 또한 포함됐다. 정부는 마약중독 치료·재활 기관의 접근성을 높이고 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아울러 청소년·대학생·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대국민 홍보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마약 범죄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마약 사범은 △2020년 1만 8050명 △2021년 1만 6153명 △2022년 1만 8395명 △2023년 2만 7611명 △2024년 2만 3022명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한 마약 거래가 확산한 영향으로 젊은 층의 마약 노출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마약 사범의 약 60%를 10~30대가 차지했다.
한편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정작 현장 수사 예산이 부족해 정책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가 지난해 검찰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하면서 수사비가 크게 줄었고 일부 검사는 사비를 들여 수사를 진행하는 실정이다. 대검찰청이 동남아시아 4개국에 수사관을 파견했지만 체류비만 지원될 뿐 실질적인 수사비는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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