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인천 연수구 송도. 송도 아파트의 입주는 1994년 바다와 갯벌을 메우기 위한 매립 착공 공사가 시작된 후 10여 년 만에 비로소 시작했다. 2005년 3월 아파트 단지가 처음으로 입주한 후 20년이 흘렀다. 한때는 수백 대 1의 경쟁률로 청약 1순위 흥행을 이어갔고 분양가에 수억 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송도 불패’라는 말까지 나왔다. 2007년에는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이 4885대 1을 기록하며 당시 청약 증거금만 5조 3000억 원이 몰렸다. 하지만 2022년 정점을 찍은 후 3년째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 매매는 이전 최고가 대비 절반 이상 떨어진 가격에 이뤄진다. KB부동산 시세 기준 2022년 4월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10억 3205만 원까지 치솟았던 송도는 1년 만에 8억 840만 원으로 하락한 후 현재까지 8억 1000만 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2022년 2월 12억 4500만 원에 거래됐던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 84㎡는 지난달 5억 7000만 원에 팔려 고점 대비 반 토막 났다. 송도더샵퍼스트월드 전용 84㎡는 지난달 12일 7억 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7월 최고가 11억 5000만 원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또 올해 들어 두 달간 50% 이상 하락한 거래가 3건이나 발생했다. 부동산 가격은 경기 흐름에 따라 오르고 내리지만 송도 주택 가격은 그간 수도권 내 다른 지역 보다 오름폭과 내림폭이 크게 나타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입주물량 증가에도…오름세 보인 송도 아파트
시장에 특정 재화의 공급이 많으면 자연스레 해당 재화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이에 부동산 시장에서는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최근 송도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하락 원인을 입주물량 증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송도 부동산 시장은 그동안 입주 물량 증감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5년 ‘풍림아이원 4단지’를 시작으로 2년간 신축 아파트 단지 총 6653가구 공급이 연이어 쏟아졌으나 2007년 상반기까지 송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줄곧 상승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2005년 3월 2억 9994만 원이었던 송도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2년 만인 2007년 3월 6억 5528만 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 새로 지어지는 신도시 특성상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지역 내 거주자가 늘어나고 상가 등 여러 생활 환경이 좋아진다는 점을 고려해도 상승 폭이 매우 가팔랐다.
두 번째 상승기였던 2019~2021년에도 마찬가지로 입주물량 증가에도 송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2019년 6137가구에 이어 2020년 8048가구, 2021년 3328가구 등 3년 새 1만 7513가구가 입주해 물량이 급증했지만 송도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상승했다. 송도더샵퍼스트파크 전용 84㎡는 2021년 9월 14억 7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당시 같은 면적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13억 4500만 원이었다.
금리 올라도 송도 집값은 상승
통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 반대를 예상한다. 금리가 낮을 때 시중에 풀리는 돈이 많아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명제가 들어맞지 않았다. 2005년 1월 3.25%였던 기준금리는 1년 후 4.0%에 진입하고 2007년 7월에는 4.75%를 찍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5년 5%대였던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는 2007년 6%를 넘어섰다. 공교롭게 이 시기는 송도 아파트 매매가가 줄곧 상승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반대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던 시기에 송도 주택가격은 오르지 않았다. 2015~2019년까지 기준금리는 1.25~1.75% 안에서 유지됐고, 이 시기 주택담보대출금리는 2.7%에서 3% 초반에서 움직였다. 낮은 금리 수준에도 송도 풍림아이원1단지 전용 84㎡는 2018년 4월 3억 원에 거래되며 최저가를 기록했다.
서울 부동산 규제 여부가 향방 갈라
신축 아파트 입주물량과 금리는 송도 집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반면, 두 차례 송도 아파트 매매가 급등시기에 나타난 공통점이 있었다. 정부의 강력한 서울 지역 부동산 규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가 서울 주택가격을 잡으려고 하면 풍선효과로 인천 송도 주택가격은 튀어 올랐다. 부동산 규제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은 정책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송도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었다.
첫 번째 송도 부동산 상승기(2005년~2007년 상반기)에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투기 억제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2005년 8월 31일 6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2주택자에도 양도소득세를 중과했다. 또 2006년 3월 30일에는 서울 강남권을 겨냥한 관리처분 전 단계의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초과이익부담금 부과와 6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규제를 골자로 하는 규제까지 발표했다. 서울과 강남 집값이 주춤한 틈을 타 8·31 대책 이후 송도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해 12월 인천 연수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월대비 6.45% 올랐고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월대비 1.49% 오르는 데 그쳤다. 이듬해 2월에는 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운데 인천 연수구만 0.87% 올랐다. 급등하는 송도 아파트 가격에 놀란 정부는 투기를 막기 위해 같은 해 6월 주택거래신고지역에 연수구를 추가했고 수도권 투기과열지역까지 총부채상환비율(DTI) 40~50%를 적용했다.
반면 서울 지역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면 탈규제 지역이라는 상대적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송도 아파트 가격은 하락했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7월 LTV는 70%로 DTI는 60%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한 이후 다시 서울 부동산 가격이 올랐고 송도 부동산 가격은 상승세가 둔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맞물린 송도의 두 번째 상승기에도 어김없이 정부의 서울 부동산 규제 대책이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월에 15억 원 이상 초과 아파트에 대해 대출을 막았고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20%로 축소했다. 이에 강남권 아파트 거래가 주춤했으나 규제를 피한 송도 아파트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3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0%로 상승을 멈춘 반면 인천 연수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주대비 0.95%로 확대됐다.
실수요자층 두텁지 않아 정책 민감도 높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6월 이후 분양가 상한제가 개편되고 재건축 기준을 완화하는 정책이 이어지면서 서울로 자금이 흘러가고 송도 아파트 가격은 다시 하락세다. 지난해부터 반등을 시작한 서울과 달리 송도는 하락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송파구 일부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서울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커짐에 따라 송도의 집값 반등은 단기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송도는 서울 외곽 지역의 대체지로서 실거주 수요가 많은 곳”이라며 “서울 외곽이라는 대체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들어오고 나오는 속도가 빨라 부동산 정책 민감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서울 부동산 규제를 적용하는 시점은 서울 집값이 높은 시기인 만큼, 직주근접이 조금 힘들어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송도로 몰린다는 의미다. 서울 내 공급이 많아지고 규제가 완화되면 송도로 들어갔던 사람 중 서울로 통근하는 사람들이 빠져나오고, 인천 내 직주근접이 가능한 수요만 남아 송도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셈이다.
실거주뿐만 아니라 투자 수요의 크기도 서울이나 경기 남부 지역에 비해 작은 점도 부동산 정책에 따른 변화 폭을 크게 하는 요인이다. 부동산 규제가 서울과 경기 남부권 시장을 옥죄지 않는 이상 서울 접근성 등의 이유로 송도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지 않다. 윤 연구원은 “이에 GTX-B가 개통돼 서울 접근성이 높아지거나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경우 시간을 두고 송도 부동산 시장도 따라 회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