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분야의 주도권 확보 경쟁 속에 중국 기업의 관련 분야 투자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민영기업을 앞세워 경제난을 타개하고 AI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지원을 약속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화답하기 위한 빅테그 기업들의 투자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리젠 아너 최고경영자(CEO)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향후 5년간 AI에 100억달러(약 14조6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 CEO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용자 경험 변화에 초점을 맞춘 AI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으로 시작해 PC와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AI 생태계를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너는 현재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빅테크들과 협력해 스마트폰에 AI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딥시크의 R1 모델을 자사 가상 비서 겸 검색 엔진 요요(Yoyo)에 통합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시장에선 구글과 손잡고 제미나이 AI 모델을 탑재하고 있다.
아너는 화웨이의 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였으나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자 2020년 중국 선전 지방정부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아너의 지난해 4분기 중국내 스마트폰 출하량 점유율은 13.7%로 애플과 비보, 화웨이, 샤오미에 이어 5위에 그쳤다. 아너는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근 AI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격화되면서 각국 기업들은 앞다퉈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달 17일 시 주석이 직접 민영기업 좌담회를 주관하며 반도체 기술 자립과 AI를 활용한 경제 발전 촉진 등을 강조한 이후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연이어 발표하는 중이다.
당시 좌담회에 등장하며 중국 정부의 제재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은 대규모 투자로 화답했다. 지난달 24일 우융밍 알리바바 CEO는 “향후 3년간 알리바바는 클라우드와 AI 인프라 분야에 3800억 위안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규모는 지난 10년간 알리바바가 해당 분야에 투자한 규모를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중국 민영 기업이 클라우드와 AI 분야에 투자하는 것 중 가장 큰 액수다.
블룸버그 통신은 3일 알리바바가 지난해 11월 50억 달러(약 7조3000억원) 규모의 달러 및 위안화 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중국 최대 검색 포털업체 바이두도 100억 위안(약 2조원) 규모 역외 채권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두의 채권 발행은 2021년 이후 처음이며, 오는 4월 만기가 도래하는 6억 달러(약 8772억원) 규모 유가증권 상환을 앞두고 이뤄지는 것이다.
미국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오픈AI·오라클과 함께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만들고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약 730조원) 이상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2일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소프트뱅크 임원진이 AI 투자를 위해 160억 달러(약 23조3000억원)를 빌리는 방안을 최근 은행권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손 회장은 이와 별도로 내년 초 80억 달러(약 11조6000억원)를 추가로 빌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소프트뱅크는 스타게이트에 150억 달러(약 21조9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오픈AI에 최대 250억 달러(약 36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해당 투자는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투자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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