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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신는 것도 고통”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 희망 찾았다 [메디컬 인사이드]

■ 이종희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

손·발바닥에 물집·반점 등 생겨

통증탓 걷거나 잡는 것조차 고통

국내선 올해 들어 희귀질환 지정

산정특례땐 진료비 10%만 부담

금연만으로 발생위험 30% 경감

과음·스트레스·수면부족 피해야

이미지투데이




“출근길이 괴롭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하면서도, 아침마다 신발을 신는 게 너무 괴롭네요. 발바닥이 찢어질 것처럼 아픈데 그걸 매일 견디려니 출근할 때마다 한숨이 나왔죠.”

잦은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로 담배를 달고 살던 서경제(40대·가명) 씨. 2년 전 겨울이 시작될 무렵 손바닥과 발바닥에 물집이 여러 개 잡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 작은 물집을 터뜨려 보고 연고를 발라봤다. 그런데 증상이 나아지기는 커녕 점차 악화됐다. 손·발바닥에 생긴 고름이 터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면서 걸을 때마다 불에 덴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걷기조차 힘들어지면서 일상 생활은 물론 회사 생활에도 지장이 생겼다. 업무상 외부 고객과의 미팅이 잦은 서씨는 손에 난 상처를 보고 깜짝 놀라는 시선을 느낄 때마다 움츠러들곤 했다. 서씨는 뒤늦게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은 뒤에야 '손발바닥 농포증(PPP· Palmoplantar Pustulosis)'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 손·발바닥에 생긴 물집…가렵고 불에 덴 듯한 통증에 1만 명 고통


PPP는 손바닥과 발바닥에 고름이 찬 농포와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질환이다. 2023년 기준 국내 약 9800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초기 증상이 단순 습진이나 재발성 습진성 피부질환의 일종인 한포진 등과 유사해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다.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수록 손·발바닥에 생긴 물집이나 붉은색 반점, 비늘, 각질 등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가려움, 통증으로 걷거나 물건을 잡는 등 일상적인 동작조차 어려워진 환자들의 고충은 이루 말하기 힘들다.

PPP의 발생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피부건조증, 피부 손상 외에 흡연, 과음, 스트레스, 수면부족, 감염 등 면역 체계를 무너뜨리는 요인들을 피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흡연은 PPP 악화와 강력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년 영국 피부과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PPP 발병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았다. 다만 흡연 경험이 있더라도 장기간 금연 상태를 유지한 경우 PPP 발생 위험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초 건강검진 당시 흡연자였지만 두 번째 검진 시점까지 성공적으로 금연한 그룹은 지속적으로 흡연을 한 그룹에 비해 PPP 발생 위험이 30%가까이 떨어졌다. 이종희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흡연이 손발바닥 농포증의 중요한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금연, 스트레스 관리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질환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증상이 개선되더라도 계속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생물학적 제제 쓰면 눈에 띄게 좋아지는데…비용 부담에 발목




현재 PPP를 포함한 건선 치료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피부에 도포하는 국소 약물요법, 광선요법, 전신 면역억제제 등이 쓰인다. 홍반, 인설(각실), 침윤 등 손·발바닥에 생긴 병변의 범위와 심각도를 평가하는 지표인 PPPASI(Palmoplantar Pustulosis Area and Severity Index) 점수로 치료반응을 평가한다. 최근 등장한 생물학적 제제는 과민한 면역반응을 억제해 지속적이고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터루킨(IL)-17 억제제, IL-23 억제제, 종양괴사인자(TNF)-α 억제제 등이 대표적이다.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손발바닥 농포증 치료에 허가 받은 IL-23 억제제 '트렘피어(성분명 구셀쿠맙)'는 3상 임상 연구를 통해 치료 84주차에 PPPASI 점수가 기저치대비 평균 77.5% 감소했다. 약물 치료 84주차 때 PPPASI 점수가 50% 이상 개선된 환자 비율은 88.9%, 75% 이상 개선된 환자 비율은 68.9%에 달했다. 연구 도중 새롭게 보고된 안전성 문제도 없었다. 이 교수는 “기존 치료에 반응이 떨어지는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에게는 장기간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 방안이 필요하다"며 "트렘피어 같은 IL-23 억제제를 초기부터 사용하는 것이 증상 완화와 치료 지속성 측면에서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희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가 내원 환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하지만 현장 의료진들은 그동안 선뜻 생물학적 제제를 권하지 못했다. 희귀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해 치료비 부담이 컸던 탓이다. 트렘피어의 경우 PPP 환자에게 처방할 때 처음 두 번(0주, 4주) 100mg을 투여한 다음 8주 간격으로 100mg씩 피하주사한다. 비급여 기준 트렘피어 100mg/1ml의 가격이 150만 원 상당이니, 한 해 6번 맞는다고 가정하면 약값만 900만 원 가까이 들었다.

◇ 올해 1월부터 국가 희귀질환 지정…산정특례 적용 시 진료비 90% 경감


올 초 희소식이 들려왔다. PPP는 올해 1월 1일부터 국가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며 생물학적 제제 급여 적용이 가능한 환자들은 산정특례 적용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PPP에 승인된 생물학적 제제 중 유일하게 보험 적용이 가능한 트렘피어의 급여 조건을 충족하는 환자들은 총 진료비의 10%만 부담하면 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만 18세 이상 중등도~중증의 PPP 환자 중 전신면역억제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에 한해 생물학적 제제를 급여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매년 2월 마지막날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희귀질환은 전체 환자 수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이다. 정부는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신규 지정 신청과 심의를 거쳐 매년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을 지정·공고하고 있다.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산정특례제도를 적용받아 본인부담금이 총진료비의 10% 수준으로 경감된다. 중위소득 120% 미만일 경우 질병관리청의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이 돼 경제적 부담을 더 덜 수 있다. PPP를 포함해 66개 희귀질환이 작년 말 신규 지정을 받으면서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은 1314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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