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2위 완성차 업체 혼다와 580억 달러 규모 합병이 결렬된 닛산이 최고경영자(CEO) 교체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혼다 측이 마코토 우치다 사장 퇴진을 전제로 인수 재개 의사를 내비쳤던 만큼 합병 논의가 재개될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 시간) 회사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닛산 이사들이 현 마코토 우치다 사장을 대신할 잠재적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치다 사장은 2019년 말부터 회사를 이끌어왔다.
당초 혼다와 닛산은 지주회사를 2026년까지 설립해 양사가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구조의 경영 통합 계획을 밝히고, 이에 대한 세부 협상에 나섰다. 이러한 구상이 실현되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세계 3위의 자동차 업체가 탄생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으나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경영 부진에 빠진 닛산의 자구책에 만족하지 못했던 혼다는 닛산을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제안을 했고 대등한 통합을 원했던 닛산은 이에 반발하며 협상 중단 방침을 밝혔다. 두 회사는 이달 13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 협상 중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된 이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서는 "혼다는 (닛산의 자회사화 방안에 대해) 내부 반대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새 사장과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닛산 이사회가 우치다 사장의 퇴임 시기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 만큼 시장에서는 혼다와의 합병 협상이 재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닛산은 현재 매출 부진 등 경영 악화에 시달리며 생존을 위한 대안 파트너를 모색 중이다. 당장 다음 달 앞둔 실적 발표에서도 800억 엔(약 5억 3600만 달러)의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불과 9개월 전 우치다 사장이 예상했던 3800억 엔(약 25억 4500만 달러) 순수익과도 차이가 크다.
자동차 산업 재편으로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대만 폭스콘이 전기차 제조 계약 확보를 위해 닛산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와 미국 기술 기업들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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