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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겸장 겨냥한 李 '갈지자 우클릭'…쫓아가다 주도권 잃은 與

李, 표심 겨냥 '성장' 강조하지만

주52시간·연금개혁 등 오락가락

이슈 선점 사법리스크 시선 돌려

조기대선 맞물려 정책 공회전만

연금 모수개혁은 국정협 담판키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 5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업계의 숙원인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 조항 적용이 될듯 말듯 불발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때만 해도 8부 능선을 넘는 듯 보였다. 이 대표의 ‘우클릭’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노동계 반발에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여당은 특별연장근로를 반도체특별법에 접목시키는 안을 준비 중이다.

최근 연금 개혁, 상속세, 근로소득세 등 모든 정책 이슈가 반도체특별법과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간 부자 감세 등을 이유로 관련 이슈를 철저히 외면해왔던 야당이 조기 대선 가능성과 맞물려 탄핵 선고에 발목 잡힌 여당에 앞서 이슈를 던지며 정책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여당도 동참하지만 각론에서 이견만 확인한 채 결론은 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가에서는 이 대표의 이슈 장악력에 주목하고 있다. 우클릭을 통해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질수록 자신의 사법 리스크로 쏠릴 수밖에 없는 외부 시선을 분산시키는 한편 중도·중산층에도 러브콜을 보내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양수겸장의 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여당으로서는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직격탄을 맞으며 제대로 된 반격과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26일에도 민주당은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직장인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식대 비과세 한도 상향을 위해 대한영양사협회 등 관련 단체들과 정책협약식을 열었다. 민주당은 2004년 10만 원이던 직장인 식대 비과세 한도가 2022년 월 20만 원으로 18년 만에 상향됐지만 물가가 치솟고 있는 만큼 소득세법을 개정해 이를 월 30만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식대 비과세 한도 상향 추진을 시작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소득세법을 잇따라 개정해 근로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표다.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장주재 회동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앞서 이 대표는 이달 18일 페이스북에 ‘월급쟁이는 봉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근로소득세제 개편 이슈도 주도했다. 이 대표는 당시 ‘지난해 월급쟁이가 낸 세금 60조 원 돌파’라는 기사를 올리면서 “물가 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안 올라도 누진제에 따라 세금이 계속 늘어난다”며 “초부자들은 감세해주면서 월급쟁이는 사실상 증세해온 건 고칠 문제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소득세 개편을 전면에 내세우며 직장인을 유혹한 셈이다.

이 대표는 특히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에 놓인 경제 상황을 맞아 다양한 정치적 캐치프레이즈를 내놓고 있다. 가령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흑묘백묘론’을 제시했고 상속세·소득세·부동산세 등 세제 문제를 비롯해 연금 개혁까지 거침없이 우클릭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후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두고 노사 간 토론을 직접 주재하며 예외 조항 포함에 힘을 실어주는가 하면 5년 내 성장률을 3% 이상으로 회복시키겠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달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잘사니즘(모두 함께 잘살자는 주의)’으로 성장에 무게 추를 더 달았다. 이후 상속세의 일괄 공제와 배우자 공제를 각각 상향해 18억 원까지 비과세하자며 여당을 압박했고 20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 다녀온 뒤 페이스북에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도입”을 공언하기도 했다. 한 경제 유튜브에서 출연해서는 “부동산 세금은 손댈 때마다 문제가 돼 가급적 손대지 않아야 한다”며 “1가구 1주택 실거주는 제약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예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 보수 포지션”이라며 당의 정체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문제는 기존 지지층 반발로 이 대표의 우클릭에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되레 여야 갈등 속에 상법 개정안처럼 강공법을 구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나마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설치에 합의하고 28일 국정협의회에서 연금 개혁을 재차 논의하기로 한 게 성과라면 성과였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모수 개혁은) 국정협의회에서 먼저 논의하고 합의하면 상임위에서 처리할 수 있다”며 “(합의가) 안 되면 연금특위로 넘길지는 추후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지만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소득대체율의 이견을 좁히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현재 정치권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윤 대통령”이라며 “조기 대선 상황에서도 여당이 윤 대통령과 관계를 매듭짓지 못할 경우 이 대표를 향한 사법 리스크를 공격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정책적 행보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음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야당 대표의 정책 기조 변화로 경제 입법들이 논의 테이블에 오르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며 “접점을 찾은 법안을 중심으로 우선 처리 순서를 정해 국회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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