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로 인한 미국 개인 소비 심리 둔화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금융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11bp(1bp=0.01%) 낮은 4.283%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자 지난달 14일 기록한 연중 고점(4.8%)에서 50bp 이상 떨어진 수치다.
특히 이날 오전에는 10년물 금리가 4.15%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대규모 포지션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거래에는 약 6000만 달러가 투입됐는데, 금리가 4%까지 떨어지면 약 4000만 달러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거래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날 국채 금리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가 비관적으로 발표되면서 크게 출렁였다. 콘퍼런스보드(CB)가 오전 발표한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8.3(1985년 100 기준)으로, 전달보다 7포인트 더 낮아지며 다우존스 전망치(102.3)를 크게 밑돌았다. 낙폭은 2021년 8월 이후 최대다. 특히 2월 기대지수는 전달보다 9.3포인트 낮은 72.9를 기록하며 8개월 만에 경기 침체 위험 신호로 여겨지는 임계점(80) 아래로 내려갔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채권으로 자금을 대거 옮겼고, 이에 국채 금리가 하락(국채 가격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채권 투자자들이 미국의 경기 둔 가능성에 대비하기 시작했고, 몇 주 동안 유지한 관망세에서 벗어나 국채 가격 급등에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시사하는 수치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최근 발표된 미 S&P글로벌의 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9.7로 2년 만에 (경기 확장과 위축을 나누는) 기준선인 50을 밑돌아 ‘불황’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미 1월 미국 소매 판매액은 예상을 뛰어 넘어 전월 대비 0.9% 급감하며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가계와 기업의 심리를 냉각시킨 주범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차별적으로 전개 중인 관세 전쟁이다. 주요국을 향한 고율 관세와 이에 따른 보복 조치, 미국 내 물가 상승 우려 등이 정책 불확실성으로 작용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킨 것이다. 관세 인상에 대한 경계심은 이미 사람들의 물가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지수가 2월 들어 10% 이상 급락했고, 5년 후 예상 인플레이션율이 3.5%로 1995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당분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화부(DOGE) 주도의 공무원 구조조정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 투자회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DOGE 관련 고용 감축은 30만 명 규모에 달하며 계약업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포함하면 최대 100만 명에 가까운 고용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한 가운데 유로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106.76선에서 이날 106.20선으로 떨어졌다. 이달 초 고점(109.78선)과 비교해선 약 3.2% 하락한 수준이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8엔대 중반까지 오르며(엔·달러 환율 하락)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반 만에 최고치(엔화 강세·달러 약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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