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중추 계급인 대령 기준으로 미군은 연령정년이 62세인 반면에 한국군은 56세로 미군이 6세 이상 높게 설정해 직업적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 군의 허리인 부사관 계급 가운데 상사의 경우에도 미군은 연령정년이 62세이지만 한국군 53세로 미군이 9세 이상 높게 운영해 군을 평생직장으로 일하도록 보장하는 동시에 군 전문가들의 장기 복무로 군 조직 및 인력 운영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어 한국군과 대조적이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출생·고령화 현상과 군 간부 인력난 등에 대응해 3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군 계급 정년의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현재 소령 계급의 정년이 연장되고 있는데 향후 대위부터 대령, 그리고 부사관 등 모든 계급의 정년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석기·박민섭 연구원은 국방논단 최근호에서 ‘한국군 정년제도 변화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제언’이란 보고서를 발표하고 “1993년 군인사법 개정 이후 2023년 소령 정년연장을 제외하면 30년 넘게 동일한 정년연령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군의 정년제도 필요성이 높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군은 대장(63세), 중장(61세)을 제외하곤 40~50대에 퇴직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현재 계급별 연령정년은 소장 59세, 준장 58세, 대령 56세, 중령 53세, 소령 50세, 대·중·소위 43세, 준위 55세, 원사 55세, 상사 53세, 중사 45세, 하사 40세로 규정하고 있다.
또 영관·위관 장교의 경우 근속·연령정년이 둘 다 적용된다. 영관장교의 근속·연령정년은 대령의 근속정년은 임관 후 35년, 연령정년은 56세다. 중령의 근속정년은 32년, 연령정년은 53세, 소령의 경우에는 근속정년 24년, 연령정년은 50세, 대·중·소위는 근속정년 15년, 연령정년은 43세다.
그나마 2023년 소령 계급의 정년 연장 당시 군인사법 부칙에 ‘5년 이내에 군 간부 전체 계급에 대한 검토’라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현재까지 군의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보고서는 군인의 정년을 연장해 직업군인의 직업안정성을 제고하고 부족한 병역자원 시대에 걸맞게 소수획득해 장기 활용 할 수 있는 방향에 부합하도록 정년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복무 유도와 군인 개인의 안정된 삶을 위해서도 30년 전과 달리 변화된 군인생애주기를 반영한 정년이 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다만 계급 정년제는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가능케 하지만 승진 경쟁 심화에 따른 부작용과 직업 안정성을 해치는 단점이 공존한다.
이에 미래 병력 자원 확보 차원에서 계급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출산으로 청년인구 감소는 군 간부 지원인력 규모의 감소로 이어지고, 초급간부의 열악한 복무여건 탓에 직업 군인 지원율은 급감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고령화 현상까지 감안해 현 계급별 정년 연령을 연장해 군 전문 인력을 장기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했다.
연구팀은 군 정년 개선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인구구조 및 군인 생애주기 변화를 제시했다. 현 계급 정년을 규정하고 있는 군인사법은 1993년 제정된 후 32년이 흘렀다. 그동안 기대수명은 73세에서 83세로 늘었다. 혼인 및 자녀 출산 연령은 평균 7년 이상 늦춰졌다. 하지만 2023년 법 개정을 통해 소령의 계급 정년을 45세에서 단계적으로 50세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계급은 변화가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의 초혼연령은 1995년 28.4세에서 2020년 33.2세로 늦어졌고, 군은 같은 기간 26.1세에서 33.2세로 변화의 폭이 조금 더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이유로 초혼연령(첫 결혼 시점) 상승 등 전반적 생애주기도 크게 달라지면서 자녀 부양 등 생활비 지출이 대폭 늘어나는 시점에 퇴직해야 하는 게 군과 민간의 공통적 실상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정년이 53세인 중령이나 상사 기준으로 보면 교육비 등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자녀의 미성년 시기에 퇴직을 경험하게 된다”며 군인의 직업 안정성을 보장 위해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군인의 정년과 민간 및 공무원의 정년 간 격차가 커진 것도 군의 직업 안정성과 선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민간·공무원의 법정 정년은 2016년 60세로 의무화된 반면에 군인의 정년은 대령 56세, 중령 53세, 소령(단계적으로 50세까지 연장), 대위 43세, 준위 55세, 원사 55세, 상사 53세, 중사 45세의 계급정년제에 묶여있다. 진급을 하지 못하면 대부분의 직업 군인들이 50세 전후에 군복을 벗어야 하는 실정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미군의 경우 모든 영관·위관급 장교와 부사관의 정년을 일괄적으로 62세로 설정해 직업적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전체 간부 62세)과 호주(전체 간부 60세), 프랑스(대위 이상 59세), 일본(대령 58세) 등도 우리 군 보다 전반적으로 정년 연령이 높았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정년 연장의 긍정·부정적 영향과 관련해, 개인적 측면에선 직업 안정성과 만족도가 높아지는데 반해 장기정체 및 상위 진급인원 감소로 복무 의욕이 저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직적 측면에선 인력난 완화와 간부 지원율 강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인사적체에 따른 활력 저하와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의 명암이 예상됐다.
아울러 군인연금 지출 부담과 관련해서는 전역 인원이 줄어드는 만큼 신규 발생하는 연금재정 소요가 감소하고, 전역 즉시 지급되는 군인연금 특성상 수령 기간도 줄어들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정년 연장 방안으로 60세를 기준으로 적용하는 ‘단일 정년제’와 계급별 연령 차이를 두되 최소 20년 이상 복무할 수 있도록 정년을 설정하는 ‘차등 정년제’ 두 가지 모델을 제시했다.
단일 정년제는 60세를 기준으로 적용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며, 차등 정년제는 계급별 연령 차이를 두되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 20년 이상 복무가 가능하도록 정년을 설정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물론 정년 연장이 시행될 경우 불성실 근무자 발생 및 인사 적체 심화,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제도 마련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미군의 ‘복무 연장 심사제도’와 같은 지속적인 복무 심사를 도입하거나 정년 연장 이후 특정 연령 이상 군인에 대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현재와 다른 상대적 노령화, 체력문제, 지휘부담, 진급감소 등과 같은 정년연장의 부정적 영향은 극복과 관리의 대상이지 반대 논거일 수 없다”며 “연령을 기준으로 특정 직업을 통제하거나 직업 선택을 제한하는 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군 복무 패턴을 만들고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