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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두 문화도 이어주는 ‘번역’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제 한국문학은 단편적 유행이 아닌 세계문학 속에 안정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문학의 자격을 얻은 셈이다. 한국문학이 지속적인 소비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감상을 넘어 해당 작품과 작가, 사조, 시대적 배경에 대한 해설이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빈의 분리주의자들인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등의 작품을 깊이 이해하려면 그들이 어떻게 인상주의와 아르누보의 영향을 받아 빈 예술의 주류였던 아카데미즘과 관 주도 예술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였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이와 같이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도 그 문화에 대한 체계적이고 맥락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맥락적 설명을 제공할 수 있는 이들이 비평가다. 그들은 학자일 수도 있고 저널리스트일 수도 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약하는 인플루언서일 수도 있다.

올해 한국문학번역원은 한국문학에 대한 현지어 비평 담론 형성을 지원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학술 대회 발표, 학술지, 저술 등을 통해 생산되는 학술적 담론뿐 아니라 문예지·잡지·신문 등에 발표되는 기사와 서평 같은 대중적 담론도 함께 지원하고자 한다.



번역에는 한 나라의 말을 다른 나라 말로 옮긴다는 의미가 있지만 더 나아가 ‘문화의 번역’이라는 뜻도 있다. 즉 두 문화 사이의 간극을 메꿔주는 해설을 제공하는 행위로서의 번역을 뜻한다. 현지어 담론 생산 지원은 이런 문화 번역의 행위로서 한국문학을 세계에 선양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세계에는 이미 상당수의 한국문학 연구자들이 존재한다. 국제교류재단을 통해 교부된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혹은 일부 뜻있는 기업들의 지원으로 전 세계 106개국에 1400개 이상의 한국학 프로그램이 설립돼 운영 중이다.

미국에는 한국문학 과정을 가르치는 대학이 30곳가량 된다고 하니, 여기에는 대략 50명 정도의 한국문학 교수와 연구자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유럽이나 오세아니아·아프리카·아시아까지 합친다면 200~300명의 연구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자신들의 모국어로 한국문학에 대한 담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현지인들의 감성과 취향, 그리고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그들의 담론 생산 활동을 지원하면 우리는 효과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한국문학에 대한 정보를 세계인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담론은 하나의 작품을 다른 작품들과 엮어서 스토리를 만들어나가게 된다. 이제 한국문학은 독자들에게 우발적 만남의 대상이 아니고 유기적 관계성을 가진 집합체로서 좀 더 연결성 있는 소비의 대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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