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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유보통합…타협의 미덕 살려야[로터리]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




유아교육과 어린이집의 일원 체제 구축, 일명 ‘유보통합’을 위해 지난해 6월 관할 부서가 교육부로 통합됐다. 이후 관련 분야 연구, 이해 관계자들 간의 끊임없는 소통 등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보통합이 예정했던 일정보다 다소 늦어지고 있다. 복합적인 문제 때문인데 여기에는 당사자 간 이해 상충으로 인한 간극도 포함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보통합안을 설계할 때 유아교육과 보육의 발전 과정이 고려돼야 함은 물론이며 이해 당사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인식과 관념을 재설정해야 할 채비도 갖춰야 한다.

각기 다른 재원과 사무가 복잡하게 얽혀 발전해온 유아교육과 보육의 역사를 생각할 때 각자의 입장을 재설정하는 게 쉽지는 않다. 유보통합안은 각 이해 당사자의 과거 수고와 상황, 현재 여건 그리고 미래 이해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각자 처한 현실 여건을 완전하게 수용하는 통합안을 주장할 경우 새 체계 수립 과정이 난항을 겪고 통합안의 수용력은 낮아진다.



이원 분리 체제는 일관성이 낮아 특정 조건의 영유아에게 더욱 불리하다. 출생아 수의 급감으로 교육·보육 공급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곳에 살고 있는 영유아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유보통합의 대원칙 내에서 현실을 반영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개발해 이해 당사자가 자신의 가치와 생각을 재설정하도록 해야 한다. 유보통합의 모든 사항에 대해 규정과 원칙을 일괄 적용하기보다 일괄 규정 적용 항목과 다양성을 수용하도록 규정을 분리할 필요도 있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0~5세 연령 통합안과 관련해 단지 0~2세 영아와 3~5세 유아로 분리하자는 주장도 이론적·실제적 설득력이 약하다. 정부는 2024년 6월 발표에서 0~5세 영유아 범주에서 0~2세, 3~5세, 0~5세의 세 유형으로 구분해 기관 유형의 다양화를 꾀하면서 운영자의 필요와 사정에 따라 선택·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영아와 유아 분리 시 영아에게 특히 불리하다는 게 세계은행의 지적이다. 초등 입학 직전 1년을 제외하고 영유아기 통합 교육과 보육이 세계적인 추세다. 0~1세 부모 및 보호자에 의한 가정 내 양육을 염두에 두더라도 0세부터 기관 이용이 필요한 영아를 고려할 때 통합의 대상이 되는 연령은 영유아기를 모두 포함해야 할 것이다. 영국·뉴질랜드·호주 등처럼 초등 취학 전 1년은 예비 과정으로 해 만 5세 유아가 초등 예비 학교에 다니도록 하고 0~4세 영유아는 유보통합 기관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교사 자격과 관련한 논란은 상당 수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허들은 여럿 있다.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의 재원과 사무 통합,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 마련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피터 모스 교수는 통합 논의가 장기화할수록 통합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통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다. 유보통합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모두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통합으로 인한 새로운 여건과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유보통합은 단순히 영유아를 어떻게 교육하고 보육해야 하는지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미래에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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