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곰’ 이승택(30)은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하는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2부) 투어에서도 행복하다. ‘꿈의 무대’ PGA 투어 진출을 두드리며 도전의 가치를 매 순간 깨닫고 있어서다.
최근 통화한 이승택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부터 아시안 투어도 뛰었으니 단계를 밟으면서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PGA 투어라는 큰 무대가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요즘 골프가 하루하루 더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콘페리 데뷔 시즌에 출전한 4개 대회를 모두 컷 통과하고 톱10(공동 6위)에도 한 차례 오르며 순항 중인 이승택은 지금은 태국에 있다. “스윙 코치인 김기환 프로에게 직접 지도를 받기 위해 남미 2개 대회를 거르고 태국에 와있다”는 그는 “콘페리 대회 코스의 잔디는 임팩트가 조금만 부정확해도 특히 120m 안쪽 거리에서 공이 완전히 다르게 간다. 그래서 적응이 어려웠는데 코칭을 받으면서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지난해 KPGA 투어에서 데뷔 10년 차에 첫 승을 거두고는 미국 도전을 선택한 이승택은 일단 콘페리 12개 대회 출전권이 있다. 이후 성적에 따라 시드 순위가 재조정돼 출전권 확대가 결정된다. 대망의 PGA 투어 카드는 시즌 최종 성적 상위 30명에게 돌아간다. 바하마에서 2개 대회를 치른 뒤 파나마와 콜롬비아를 찍은 이승택은 4월 미국 대회부터 다시 경쟁에 나선다.
낯선 무대를 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기본기’다. “선수들이 볼을 치기 전에 어드레스, 스탠스, 에이밍을 굉장히 섬세하게 확인하고 연습한다. 그러다 보니 다들 기본기가 정말 탄탄하다”는 설명. 이승택은 “잘 칠 때 보면 정말 괴물들인데 이게 다 연습에 진심이기 때문인 것 같다. 끝나고도 무조건 운동”이라며 놀라워했다. 이승택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루틴을 연구하며 따라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1주에 세 번, 1시간씩 영어 강의를 듣는다. 매일 40분씩 하는 근력 운동도 빼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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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미와 남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고된 일정에 매번 렌터카로 이동하는 것도 번거롭지만 이승택은 그저 “견딜 만하다”고 했다. “공부하는 사람도 유학도 가고 하잖아요. 골프에서 미국의 의미는 유학과 같은 것 같아요. PGA 투어라는 큰 무대가 앞에 있으니까 가치 있는 도전이죠.”
한국에서 이승택은 100㎏에 육박하는 큰 몸집과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로 ‘불곰’이라 불렸다. “미국에 와서는 깜찍한 별명을 얻었다”고. “여기 투어에서는 제가 덩치가 작은 편에 속해서 다들 귀엽다며 테디 베어라고 불러요. 정말 몸집이 큰 선수들이 많은데 이번에 연습 확실히 하고 돌아가서 한 번 제대로 붙어봐야죠. 콘페리에서 우승해서 ‘불곰 파워’ 한 번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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