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청소년을 성관계 목적으로 인신매매한 혐의를 받는 에보 모랄레스(65)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오는 8월 예정된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헌법상 임기 제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재집권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20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월 17일에 시행되는 대선에 나설 것”이라며 “당적을 바꿔 4선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볼리비아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며 출마 강행 의사를 밝혔다.
그가 선택한 정당은 ‘승리를 위한 전선’(FPV)이다. 엘리세오 로드리게스 FPV 대표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당 대선 후보로 단일화했다”며 “어떠한 조건도 없으며 오직 볼리비아를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실제 대선 후보로 등록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볼리비아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3년 12월 대통령 임기를 연임 여부와 관계없이 두 차례로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미 세 차례 집권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005년 볼리비아 역사상 첫 원주민(아이마라족) 출신 국가원수로 당선된 후 2009년과 2014년 연이어 재선에 성공하며 장기집권을 이어갔다. 하지만 2019년 대선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지며 국외로 망명했다. 2020년 같은 사회주의운동(MAS) 소속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이 당선되자 귀국했지만 이후 두 사람은 결별 수순을 밟았다.
현재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여성 청소년을 성관계 목적으로 인신매매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볼리비아 검찰은 그의 강제 체포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하지만 그는 강력한 지지층을 바탕으로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다.
현지 정치권에서는 그의 대선 출마 선언이 볼리비아 사회에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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