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가난하고 외롭게 살던 시인은 죽었다. 새가 된 시인이 본 세상은 더 아름답고, 더 사랑하고, 더 노랫소리로 가득할까?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울어주는 새는 어찌하여 망각의 강물을 마시지 않고 돌아왔는가? 이제는 오늘의 일로 슬퍼하고 내일의 일로 기뻐해야 하지 않겠는가? 저 새가 앉을 도랑과 나뭇가지는 올해도 무사할 것인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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