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이 유럽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무기 중 일부를 한국 내 기지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과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정 이사장은 1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에 정몽준 안보학 석좌교수직을 신설하는 기념행사를 열고 “오늘날 미국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에 100여 개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며 “유럽에는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안보 상황이 더 심각한 한반도에는 배치하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제는 이런 무기 중 일부를 한국 기지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5월에도 “(한국도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기반 마련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정 이사장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전문가와 지도자들이 아시아의 집단 안보 체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한다”고 전하며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들도 북한·중국·러시아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억제하기 위해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리는 아시아판 나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아시아판 나토를 ‘인도태평양 조약기구(IPTO)’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이를 통해 우리는 계속 공존하고 경제 관계를 유지하며 전면전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조선업 협력 기대감에 대해 정 이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조선업 협력에 관심을 표명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는 미 해군 함대를 더욱 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 이사장은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안보와 급변하는 세계 안보 문제를 연구하고 신진 학자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SAIS에 750만 달러(약 108억 원)를 기탁해 정몽준 안보학 석좌교수직을 설립했다. 그는 1993년 SAI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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