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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트럼프의 관세 융단 폭격 대응법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다 돼가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공언한 대로 관세 융단폭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4일 중국에 대한 10%의 추가 관세 부과와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 30일 유예를 시작으로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트럼프는 10일 모든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예외·면제 없는’ 25% 관세 부과를 다음 달 12일부터 시행하기로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 핵심 품목에 대한 일괄적 관세 부과 방침도 밝혔다.

13일에는 대미 무역흑자국을 정조준한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대통령 각서(메모랜덤)에 서명했다. 각 교역 상대국의 관세·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세금·보조금 등 각종 비관세 장벽, 환율 정책, 기타 미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 불공정한 관행 등을 조사해 그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이 동맹국과 적국을 포함한 무역 파트너들로부터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왔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고 공정한 무역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관세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에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는 모든 정책과 규제·관행까지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광범위한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기로 했기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교역 품목의 98% 이상을 무관세로 미국과 교역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상호관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망 사용료 부과, 신약 가격 규제를 포함해 미국의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지적된 내용에 대한 시정 요구 가능성이 크다. 상호관세 부과 결정은 국가별 교역 조건과 현황 조사를 마치는 4월 1일 이후 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남은 한 달 반 동안 상호관세를 낮추기 위한 국가별 협상 여지는 남아 있다.



가장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 10~20%에 달하는 ‘보편적 기본관세’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상태다. 지금까지 진행된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공약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다. 모든 국가, 모든 품목에 대해 일률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기본관세’의 실익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보다는 지금까지 진행된 것처럼 무역 적자 규모가 큰 국가를 중심으로 핵심 품목에 대한 강도 높은 선택적 관세 부과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다자보다는 양자 협상이 ‘거래’를 통한 가시적인 성과 도출이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세를 수단으로 활용해 무역수지 적자 해소와 해외투자 유치는 물론 마약·불법이민자 등 경제 외적인 문제도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우리나라는 탄핵 정국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 채널도 확보하지 못하고 골든타임을 흘려보내다가 이달 15일에야 비로소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참석을 계기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한미 외교부 장관회담을 했다.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지만 한미 경제 관계가 민주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시스템을 통해 서로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에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트럼프가 강조하고 있는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원인이 대미 투자 증가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557억 달러로 트럼프 1기 때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이후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대미 무역 흑자의 70%를 상회할 정도로 크게 늘었고 투자한 공장에 우리 설비를 보낸 것이 대미 수출로 잡혔기 때문에 무역흑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미 무역 흑자 중 상당액이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는 점을 관세 협상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국으로부터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무기 등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 흑자 규모를 줄이는 ‘리밸런싱’도 필요하다.

현재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관 모두 미국 현지 아웃리치(대외협력)를 강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관세 확대로 미국 내 반도체 제조사나 최종 수요처인 빅테크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고 미국의 조선업 부흥을 위한 최적 파트너로서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사실이 트럼프의 관세 융단폭격을 피해가는 데도 적용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상호관세가 시행되기 전에 미국과의 협상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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