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생산을 곧 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본토 방어를 담당하는 사령관이 지난 13일(현지 시간) 상원 군사위원회에 보고하면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레고리 기요 미 북부사령관(공군 대장)은 위원회에 서면으로 제출한 진술서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이 “아마도 발사 전 경고를 제공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최소화하면서 북미 전역의 목표물에 핵탄두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고체연료 기반 ICBM을 개발하고 있어 발사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기요 사령관은 설명했다. 북한은 2024년 10월 31일 신형 ICBM 화성-19형을 시험발사한 바 있다.
그는 그러면서 “김정은이 전략무기 계획을 연구개발 단계에서 연쇄생산과 배치 단계로 전환하려는 열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북한의 ICBM 재고 대수가 급속히 증가할 수 있다”며 “미 북부사령부가 탄도미사일을 방어할 역량이 있는지 확신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즉각 반발했다. 북한 국방성 정책실장은 지난 15일 미 북부사령관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이 곧 개시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우리를 적대시한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방어적 역량을 위해서라도 핵무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북한 국방성은 발표한 담화에서 “존재하지 않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협을 여론화하면서 이를 명분으로 지역에서 힘의 우세를 차지하기 위한 모험적인 군사적 야심을 정당화해보려는 미군부의 대결적 행태에 엄중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주목할 점은 미국과 북한의 입장 표명을 보면, 미국 본토를 겨낭한 핵탄두 탑재 ICBM 발사 가능성 능력을 지녔다는 데 북한도 부인하지 않았고,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6 회계연도 예산안의 세부 항목에 미국을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과 같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행정명령을 반영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이는 북한으로부터 핵 미사일 공격을 받을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미 본토에는 44개의 요격 미사일로 이뤄진 방어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최근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핵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핵전쟁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를 다룬 책이 발간돼 화제다. 미국의 탐사 보도 전문기자 겸 작가인 애니 제이콥슨이 쓴 신간 ‘24분’이다.
저자는 미국 대통령 자문위원, 전 국방부 장관,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수백 건의 독점 인터뷰와 15년간 모은 자료, 예컨대 70년 만에 해제된 미국의 기밀문서 분석 등을 통해 핵전쟁 시나리오를 초 단위로 썼다. 24분은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을 향해 쏘아 올렸을 때 미국이 핵 반격에 나서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북한이 1메가톤 열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을 미국 수도인 워싱턴 D.C.를 향해 발사한다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위력은 히로시마 원폭의 약 60배다.
오전 4시 3분, 북한 평양에서 32㎞ 떨어진 황량한 들판에서 화성-17호가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됐다. 미국의 반응은 30초 안에 이뤄진다. 위성과 항공우주 데이터시설, 우주군 기지 등의 검증을 통해 화성-17호기의 경로와 본토 도달 시점이 정확히 예측된다. 화성-17호기의 미국 동부 연안 워싱턴까지 소요 시간은 단 33분.
북한은 ICBM 외에도 잠수함을 활용해 미 본토에 핵 공격을 감행한다. 북한의 구형 잠수함은 두 달에 걸쳐 은밀하게 태평양을 건너간다. 해저에서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미국의 첨단 레이더 장비도 탐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핵을 탑재한 탄도미사일 KN23이 잠수함에서 발사되고, 마하 6의 속도로 날아간 미사일은 3분 만에 캘리포니아주 디아블로캐니언 원자력발전소를 타격한다.
물론 미국도 앉아서 당하지 않는다. 즉각 보복에 나선다.
미 와이오밍주 등의 ICBM 발사 시설에는 핵미사일 82기가 설치돼 있다. 북한 평양 인근에서 ICBM 발사를 감지한 지 24분 만에 북한의 82개 표적지를 향해 핵미사일이 날아간다.
이와 관련, 미국 핵 작전을 책임지는 존 하이튼 전략사령부(일명, STRATCOM) 사령관은 “우리는 어떤 위협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으며, 김정은을 포함한 세계의 적들은 그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미국 대통령이 반격을 개시하라고 명령하는 순간. 핵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핵 반격을 결정하기까지 미국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단 6분뿐. 미국 대통령은 유사시 핵무기를 발사할 유일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누구의 허락도 구하지 않는다.
명령이 떨어지면, 무엇보다 단 43분 만에 전 세계에서 50억 명이 몰살될 수 있다고 저자는 했다. 미국이 북한을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하고,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이 선제공격을 가했다고 오인하거나 적어도 자국에 피해를 줬다고 분개해 핵전쟁에 뛰어든다. 당장 러시아는 1000기 이상의 핵미사일을 미국과 유럽에 떨어뜨릴 수 있다는 예측이다.
미 본토를 타격하겠다는 북한의 선택이 미국의 즉각적인 반격을 만들어내고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되는 그림이다. 북한이 핵 미사일을 쏘고 미국이 반격에 나서고, 러시아가 핵 버튼을 누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43분이다.
북한과 붙어 있는 한국 등 한반도 전 지역도 전장으로 변화될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예상했다. 서울과 경기 오산 공군기지, 평택 주한 미군기지에는 북한이 쏜 1만 기 이상의 포탄과 240㎜ 구경 로켓의 폭격이 가해진다. 특히 소형 로켓에는 핵무기가 아닌 사린가스 같은 생화학 무기가 탑재된다. 1기에 단 몇 기의 미사일만 처리할 수 있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도 쏟아지는 소형 로켓에는 맥을 못 춘다. 저자는 “사린가스 공격으로 서울에서만 최대 250만 명이 죽고, 100만~400만 명이 부상을 입는데 이 중 상당수는 산소 결핍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시민 최소 4분의 1은 사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저자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면 1시간도 안 돼 인류는 공멸이다. 만드는 데 1만 2000년이 걸린 문명이 겨우 몇 분, 몇 시간 만에 폐허가 되는 게 핵전쟁의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열핵무기 설계자 리처드 가윈은 “핵무기를 가진 허무주의적 광인 한 명만 있으면 승자 없는 핵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인류는 단 한 번의 오해, 단 한 번의 오산으로 핵 멸종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도 ‘핵전쟁이 발생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제3차 세계대전에 어떤 무기가 사용될지는 모르겠지만, 제4차 세계대전은 막대와 돌을 가지고 치러질 겁니다”고 했다. 핵전쟁 후 인류 문명이 멸망할 것이라는 얘기다.
오늘날 미국의 핵무기 보유량은 여전히 1770기에 달하고 전체 탄두의 개수는 5000기를 넘는다. 러시아 또한 1674기의 핵무기를 비치하고 대다수가 당장에라도 발사할 수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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