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우리 뇌는 단 음식을 원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명 ‘디저트 배’가 실제 존재할 수 있는 원인을 밝히는 데 한발 다가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독일 쾰른 막스 플랑크 신진대사 연구소(MPIMR) 헤닝 펜셀라우 박사팀은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설탕에 대한 생쥐 뇌 반응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포만감은 식사 후처럼 칼로리 부족이 해소될 때 나타난다. 안정적인 체중 유지를 위한 중요한 신경 생물학적 과정이지만, 포만감을 느낀 후에도 달콤한 음식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이런 설탕에 대한 욕구 증가는 식사 후 가장 두드러지며 이는 광범위한 디저트 소비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를 통해 배가 불러도 디저트를 찾게 만드는 일명 '디저트 배'(dessert stomach)의 원인을 찾고자 했다.
연구 결과 완전히 포만감을 느낀 상태에서도 여전히 디저트를 먹는 생쥐가 있었다. 포만감을 조절하는 뇌 신경세포 중 하나인 시상하부(hippothalamus) POMC 신경세포가 설탕에 반응해 식욕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상하부 POMC 뉴런은 흥분성 멜라노코르틴 신경펩티드를 통해 배가 부를 때 음식 섭취를 줄이도록 한다. 그러나 생쥐가 포만감을 느낄 때 설탕을 먹을 경우, POMC 뉴런은 포만감 자극 물질뿐 아니라 체내 마약성 호르몬인 β-엔도르핀도 함께 분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β-엔도르핀은 다른 신경세포의 아편 수용체에 작용해 보상감을 유발하고 포만감을 넘어서도 계속 설탕을 먹게 만든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β-엔도르핀이 작용하는 뇌 오피오이드 경로(opioid pathway)는 설탕을 추가로 섭취할 때는 활성화되지만 다른 음식이나 지방을 섭취할 때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 경로를 차단한 생쥐는 설탕을 줘도 더 먹지 않았다. 또 포만감을 느끼는 생쥐는 β-엔도르핀 분비를 억제할 때 설탕을 먹지 않았지만, 굶주린 생쥐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도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이 사람들에게 튜브로 설탕을 투여하며 뇌를 스캔한 결과 생쥐와 동일한 뇌 영역이 설탕에 반응했다. 포만감 신경세포와 가까운 영역에 β-엔도르핀이 작용하는 아편 수용체가 많았다.
펜셀라우 박사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설탕은 자연에 흔치 않지만 먹으면 에너지 보상이 빠르다"며 "뇌는 설탕이 있으면 그때마다 먹도록 프로그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비만 치료에도 중요할 수 있다"며 "뇌의 아편 수용체 차단 약물은 식욕 억제 주사보다 체중 감소 효과가 작지만 이를 다른 치료법과 병용하면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