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제작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안동 병산서원에 무단 못질을 한 사건과 관련해 수신료 부족과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이유로 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KBS가 공개한 시청자위원회 1월 회의록에는 KBS 2TV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이 병산서원 만대루와 동재 등에 촬영 소품 설치를 위해 10여 군데 못질을 해 문화재를 훼손한 것과 관련한 질의가 담겼다.
김영조 KBS드라마 센터장은 회의에서 “수신료가 부족해 조연출도 없는 프로그램이 많고 해당 프로그램 역시 현장에 KBS 직원이 1명 뿐이었다”라며 “관련 의식이 부족한 프리랜서들이 다수였기 때문에 관리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특히 김 센터장은 “주 52시간제로 인해 촬영이 빠듯하게 진행돼야 하고 제작비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KBS가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과거 실제 궁궐에서 촬영할 당시 화로를 피우고 불을 들고 다녔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지금은 시민의식이 높아져 궁 같은 곳은 촬영이 너무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안동경찰서는 지난 10일 문화재 훼손 혐의로 KBS드라마 소품팀 관계자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0일 병산서원 내 고건축물에 소품용 초롱을 달기 위해 10여 군데에 못질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KBS 측은 문화재 훼손 사실이 알려진 후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촬영분을 전량 폐기했다. KBS 관계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며 외주 스태프들에 대한 문화재 보호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