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 원 상당의 불법 공매도를 한 혐의를 받는 글로벌 투자은행(IB) HSBC 홍콩법인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11일 서울 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김상연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HSBC 홍콩법인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에선 공매도를 하기 전에 반드시 차액을 확정지어야 하는데, HSBC는 차액 확정 절차를 사후적으로 취하는 시스템을 가졌던 것은 맞다"면서 해당 법인이 우리나라 법령을 위반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은행 직원들이 그런 규제 위반행위를 알면서도 대표이사, 관리시스템 관리자 등과 공모해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HSBC 홍콩법인 소속 트레이더 A씨 등 3명은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31만 8781주(총 157억 8468만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를 한 혐의로 지난해 3월 기소됐다. HSBC 법인은 양벌규정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같은 해 4월 불법 공매도 형사처벌 규정이 신설된 후 무차입 공매도 혐의로 기소된 글로벌 IB가 기소된 첫 사례다. 개정 후 '미리 빌려둔 주식을 이용한 공매도'(차입 공매도)를 제외한 모든 공매도는 금지됐다.
검찰은 트레이더 등 피고인이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도 경제적 이익을 위해 계획적·조직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남발했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벌금 3억 원을 구형했다. 다만 이날 재판부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첫 형사처벌인만큼 조금 더 엄격한 기준으로 구성 요건을 봐야 한다"면서 "매수 주문이 제출되는 것 자체만으로 기소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편 A씨 등 트레이더들은 외국에 거주한다는 이유 등으로 HSBC와는 따로 재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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