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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지옥은 천국이다

정호승





지옥은 천국이다

지옥에도 꽃밭이 있고

깊은 산에 비도 내리고

새들이 날고

지옥에도 사랑이 있다

나 이 세상 사는 동안

아무도 나를 데려가지 않아도

반드시 지옥을 찾아갈 것이다

지옥에서 쫓겨나도

다시 찾아갈 것이다

당신을 만나

사랑할 것이다

지옥에도 꽃밭이 있는지, 깊은 산이 있고, 비가 내리는지, 새들이 나는지 몰라도, 지옥에도 사람이 있다면 사랑이 있을 것이다. 사랑이 있다면 지옥도 아주 지옥은 아닐 것이다. 단 한 명이라도 지옥에서 고통받는 이가 있으면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은 들어봤어도, 반드시 지옥에 가겠다는 서원은 낯설다. 무모하거나, 절대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결심이다. 지옥에 대해서 잘은 몰라도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지옥에 가더라도 저 시인이 부르는 사랑 노래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지옥마저 천국으로 일구려는 시인의 꿈을 읽는다. 하물며 지상에서의 일이야.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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