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박현영 칼럼] AI 시대 보건의료, 데이터 생태계 구축이 먼저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





최근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중국이 빠른 시간 내에 저비용으로 챗GPT 수준의 AI 챗봇을 개발했다는 점과 사용자 데이터를 중국 내 서버에 저장함으로써 중국 정부가 이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AI는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으며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질병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으며 유전체 분석과 같은 복잡한 의료 데이터 처리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개인의 질병 특성에 최적화된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도 도움을 준다. 또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 중심의 의료 환경 구축에도 기여하고 있다. 챗봇이 병원 예약을 대신 해주며 진료에 필요한 준비 사항을 알려주기도 한다. 환자는 건강 상태를 기록해 의료진과 공유할 수 있다. 모니터에 얼굴을 묻고 입력에 바빠 환자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던 지금의 진료실에 의사가 환자와 대화하며 진료기록은 챗봇이 대신 작성해 주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그러나 이러한 AI 기반의 의료서비스 혁신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돼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체계적인 ‘데이터 생태계’의 구축이다.

생태계(Ecosystem)는 생물과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균형을 이루는 시스템을 의미하며 산업과 경제 영역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개념이다. 데이터 생태계란 데이터의 생성·수집·저장·활용 과정과 이를 둘러싼 시스템을 의미한다. AI 기술개발에서 데이터 생태계가 중요한 것은 사람이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과 같이 AI는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데이터로 학습한 AI는 엉뚱한 답을 낼 수도 있다. 데이터의 양이 많고 고품질이라면 AI는 더욱 똑똑해진다.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오랜 시간 축적해야 명의가 되는 이치와 같다.

따라서 보건의료 AI를 개발하려면 환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의 진료기록과 건강 데이터가 필요하다. 생활 습관과 유전적 배경이 다른 서양인의 데이터로 학습된 AI는 한국인에게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보건의료 데이터 개방이 꾸준히 요구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데이터는 환자의 진료기록, 영상 자료, 유전자 정보, 건강 모니터링 데이터 등 다양하다. 세계적 수준의 전자의무기록 보급률과 국민건강보험이라는 단일보험 체계에도 우리나라는 데이터 활용에 제약이 많다. 의료기관들이 서로 다른 형식과 표준을 따르고 있어 데이터의 상호 운용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수년 전부터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 등을 하고 있다.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 문제 또한 중요한 고려 사항인데 때로는 지나친 규제로 인해 빅데이터 활용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진료기록 등 건강 정보는 매우 민감한 정보다. 그러나 이러한 민감정보 없이는 나와 후세들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AI 기술개발이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익명화 및 가명화 기술의 개발, 환자의 동의를 기반으로 한 투명한 데이터 활용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고 활용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안심하고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은 건강 관련 조사연구에 국민의 참여도가 매우 높고 데이터가 국외에도 개방되고 있다. 이는 자신의 건강 정보가 연구에 활용돼 공공의 건강 증진과 의료서비스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공익적 목적에 대한 이해와 동의가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한 활용 기반을 구축하고 국민은 이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연구 참여 특히 데이터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을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참으로 부럽다.

딥시크로 인한 불신이 한국의 데이터 생태계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체계적인 데이터 생태계 구축이 이뤄진다면 AI 기술은 더욱 정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AI 기반 의료 혁신은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 시스템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