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 수입 감소로 30조 원이 넘는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2024년 국세 수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은 정부가 잡은 본예산보다 30조 8000억 원 적은 336조 500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재추계 때만 해도 29조 6000억 원이던 세수 공백이 비상계엄과 내수 부진 여파로 그새 1조 2000억 원 늘었다. 2023년부터 2년간 누적된 세수 결손 규모는 무려 87조 2000억 원에 달했다. 정부는 올해 382조 4000억 원의 세수를 기대하지만 1%대 저성장 국면에서 지난해보다 46조 원가량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까지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재정을 계속 틀어쥘 수는 없다. 우리 경제는 소비·투자 심리 위축에 관세 전쟁까지 겹쳐 경기가 얼어붙고 민생이 위협받는 위태로운 국면에 놓여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했다”고 경고했다. 꺼져가는 경기의 불씨를 되살리려면 불쏘시개가 될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과도한 추경은 외려 경제에 깊은 후유증을 남길 우려가 크다. 재정 여력이 없는데 적자 국채를 발행해 무분별하게 나랏돈을 푼다면 재정 건전성 악화에 따른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회복과 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추경”이라며 정부에 “최소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정 항목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의 기존 주장대로 지역화폐 등 선심성 현금 지원 방안이 포함된 추경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 재정 상태는 안중에도 없이 조기 대선을 의식해 표심만 노리는 돈 풀기를 경계해야 한다.
추경이 제대로 경기 방어 효력을 발휘하려면 적정한 예산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추가 재정 부담 요인이 산적한 와중에 ‘30조 원 추경’은 자칫 국가 경제를 더 큰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정부와 여야는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신성장 동력 육성과 자영업자를 비롯한 취약계층 핀셋 지원에 중점을 두고 추경을 적정 규모로 편성해야 한다. 또 추경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도 재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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