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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추경열차 [기자의 눈]





“저는 낙관적인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23일 2024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에 대해 기획재정부 백브리핑이 열렸다. 이날 발표된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한국은행이 당초 전망했던 0.5%에서 급감해 0.1%에 그쳤다. 12·3 비상계엄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수치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낙관할 수 없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행여 정부의 입장이 잘못 해석될까 우려해 단어 하나하나를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우리 경제가 악화하고 있다는 지표는 곳곳에서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누구도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추가경정예산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추경에 대해 국회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속도가 붙는 듯했던 ‘추경 열차’는 예상치 못한 감속 운행에 들어갔다. 이번 주 초반으로 예정됐던 여야정 국정협의체 4자 회담에 대해 국민의힘이 회담 연기를 요구하면서다. 회담이 이대로 한두 번 더 미뤄지면 결국 추경을 제때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추경은 통상 정부 편성부터 국회 심사까지 2개월가량 소요된다. 2월에 추경 편성이 본궤도에 올라도 3월 말~4월 초에나 추경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5월을 전후해 대선이 열릴 경우 추경이 여야 대선 주자들의 득표 전략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지출이 내수 부진을 완화하기보다 단기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추경이라는 카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으려면 남은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지난해 계엄 사태가 일어난 직후 “한국의 진짜 문제는 앞으로의 몇 년”이라며 “이번 주의 이상한 일(비상계엄)이 있기 전에도 이 나라는 이미 험난한 2025년을 맞이하고 있었다”고 경고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를 악화일로로 밀어넣기 전에도 우리 경제 상황이 험난하리라는 점은 일찌감치 예상돼 있었다는 얘기다. 지금은 낙관도 비관도 아닌 냉정한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추락하는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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