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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십니까 “통신보안! 작전 중 이상무”…도청·탐지 어려운 무전기 ‘PRC-999K’[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디지털데이터기반 고품질·고속전송 가능

1대의 무전기에 6대의 무전기 탑재 운용

2천대 이상 수출 군 통신장비 수출 ‘효시’

北공작원 임무로 ‘PRC-999K’ 노획 지시

LIG넥스원 제작한 한국형 차세대 무전기 'TMMR’ 모습. 사진 제공=LIG넥스원




우리 군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형 지휘통신체계의 핵심은 바로 ‘한국형 차세대 무전기’다. 다대역과 다기능, 다채널의 성능을 갖춘 최신형의 네트워크 무전기로, 군이 현재 사용 중인 기존 통신장비를 모두 휴대용 ‘차세대군용무전기’(TMMR·Tactical Multiband Multirole Radio)로 대체할 계획이다. 음성 위주 통신방식을 대폭 개선하고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송수신이 가능하도록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협대역웨이브폼(NNW, Narrowband Network Waveform)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TMMR 전력화가 완료되면 여단 및 대대급 제대의 다양한 지휘·전술체계 통합운용이 가능해진다. 또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 무전기는 물리적으로 여러 대가 필요했지만, TMMR은 한 대로도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1대의 무전기에 6대의 무전기가 탑재돼 여러 가지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 상황별로 통신망을 유연하게 유지할 수 있고, 기존 무전기와도 상호 운용이 가능하고 IP통신과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지원한다. 미래 전장에서 일어날 네트워크 중심전(NCW)에서 매우 유용한 전투부대 간 소통창구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TMMR 도입으로 현재 군에서 운용 중인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Tactical Information Communication Network)의 구성을 완성해 적의 도발에 TICN과 연동해 데이터·음성통신이 가능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기존 군이 활용하는 무전기는 음성 위주의 통신용 무전기다. 그러나 현대전이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첨단 무기가 도입되면서 무전기, 즉 네트워크는 음성이 아닌 데이트 기반의 통신기술이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기존 군용 무전기가 성능이 매우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일채널 방식과는 달리 주파수 도약방식으로 설계돼 적의 도청 및 전파탐지를 매우 어렵게 하는 대전자전 능력을 보유함으로써 통신 보안 측면에서 매우 뛰어난 무전 성능을 발휘했다. 그렇다면 기존에 군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주력 무전기는 무엇이 있었을까.

휴대용 군용 통신장비 ‘PRC-999K’. 사진 제공=국방일보


“통신보안! 작전 중 이상 없습니다”

1990년대 군 생활을 했다면 누가 한번 쯤 들어봤던 군용 전화기 넘어 들려왔던 멘트다. 주파수 도약형 무전기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했던 휴대용 군용 통신장비는 ‘PRC-999K’를 활용하면 습관적으로 사용했던 용어다.

PRC-999K는 1985년 1월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이 분야는 선진국에서도 한창 개발에 열을 올리는 첨단기술이다. 그러나 우리는 순수 국내 기술로는 군용 무전기를 개발한 적이 없을 정도로 관련 기술이 상당히 낙후된 상태였다. 1985~87년까지 선행개발과 1988년부터 실용개발을 수행해 마침내 1990년 12월 미국·영국·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주파수 도약형 무전기를 독자개발했다.

개발에 착수한 지 불과 6년 만에 주파수 도약형 무전기 개발(PRC-999K)에 성공한 것이다. 선진국과 거의 같은 시기였다. 이후 PRC-999K는 1991년 9월 초도양산을 시작했고, 1992년부터 양산돼 현재 군의 지휘통제통신용 주력 무전기로 운용했다.



이전까지 한국군이 사용하던 KAN/PRC-77, VRC-47 계열 등 해외에서 도입한 전술무전기다. 하지만 교신자 간에 사전 약정한 단일 주파수만을 사용해 교신하는 탓에 적이 이 주파수를 탐지할 경우 손쉽게 도청이 가능할 수 있고, 전파방해를 가해 통신망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군 무선망 보안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음어나 암호장비 도입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자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따라 전자교란에 의한 전자전(ECM·Electronic Countermeasures) 기술이 등장하게 되면서, 대전자전(ECCM) 기술의 일환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주파수 도약 기법(Frequency Hopping)이 연구되기 시작했다.

주파수 도약 기법은 메뚜기가 뛰는 것처럼 가용 주파수 중에 순간적으로 한 주파수를 사용한 후 무작위로 다른 주파수로 바꿔 가며 교신하기 방식이다. 적의 탐지·도청·교란이 거의 불가능한 통신 방법으로 선진국에서는 극비 기술로 분류된다.

사진 제공=국방일보


국내에서 군용 무전기 개발은 분대용 무전기 KPRC-6를 1972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국산화한 것이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중대 및 대대급 이상 지휘통신망은 AN/PRC-25와 AN/PRC-77을 1969년부터 전술무전기로 운용해 왔다. 1970년대 말에는 반도체 기술을 적용한 기술도입개발 무전기 KAN/PRC-77을 야전부대의 지휘통신용 표준장비로 운용하기 시작했지만 PRC-77은 고정 주파수 통신으로 운용해 감청에 취약했다. 가용 주파수가 920개로 운용에 한계가 있고, 데이터 전송기능이 없는 단점도 있었어 군이 이런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무전기로 PRC-999K를 도입한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데이터 통신 능력을 보유해 1990년대 이후 대량 보급된 군용 디지털 데이터 장비와 연동해 고품질, 고속 전송이 가능해졌다. PRC-77에 비해 통신채널수가 920개에서 2320개로 2.5배 증가돼 전방지역에서 주파수채널 부족현상을 대폭 완화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PRC-999K는 원거리(3.2㎞)에서도 야전선을 연결해 무전기 기능을 제어하는 원격조정 능력을 가지고 있다.

PRC-999K 이전까지는 휴대용(PRC-77)과 차량용(VRC-46계열) 무전기가 별도의 형상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에 PRC-999K는 공통의 무선송수신기를 사용해 통신병이 운용하는 휴대용(PRC-999K)과 무선송수신기를 무선증폭기와 결합해 전술차량에서 지휘관이 사용하는 장거리통신 무전기인 차량용(VRC-946K계열)으로 구성체계를 단일화했다. 이를 통해 전력화지원 및 종합군수지원 체계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고장률도 대폭 줄였다.

또 무전기가 수신대기 상태에 있을 때는 채널이 다른 인접망으로부터의 호출여부도 판단하는 탐색기능을 내장해 한 대의 무전기로 송수신 뿐만 아니라 예비 채널을 감시하는 일까지 가능하다. 동급의 외국장비에 비해 운용시간이 가장 길고 장비의 무게도 5.3㎏정도로 외국의 동급 무전기에 비해 적어 휴대가 용이하다.

게다가 해외 수출형 무전기(PRC-999KE-C)로 개조해 2006년부터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국가에 약 2000대 이상 수출해 군통신장비 해외수출의 효시라는 역사를 섰다.

이처럼 도·감청이 불가능한 PRC-999K의 우수성을 알게 된 북한이 이 무전기의 핵심기술입수를 위해 1996년 9월 동해안 잠수함 침투 사건 때 북한군 요원들에게 주어진 임무 중 하나가 무전기 노획 혹은 핵심기술 입수였음이 알려져, 당시 우리 대간첩작전 통신망을 감청할 수 없다는 것이 실전에서 입증된 일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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