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소송전으로까지 번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의 데이비드 버릿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다. 회동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중단 명령’을 내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건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US스틸을 약 141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전미철강노조(USW)와 일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미국 산업화의 상징인 회사를 일본 기업에 팔 수 없다’는 반대가 확산해 난관에 봉착했다. 이후 미국 대선과 맞물려 거래를 둘러싼 논의가 정치 이슈로 변질되자 미 정부는 인수 심사를 선거 이후로 미뤘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일본제철의 인수 시도는 미국의 국가 안보와 공급망에 위험을 초래한다”며 30일 이내에 인수 계획을 완전하고 영구적으로 포기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고 명령했다. 이 같은 결정에 일본제철과 US스틸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수 중지 명령 무효화와 재심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인수 문제를 미국 내 정치 이슈로 부각시킨 핵심 인물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당시 경합주이자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 표심을 겨냥해 가장 먼저 ‘일본제철의 인수를 반대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수 중단 명령 직후에도 자신의 SNS에 “관세 인상으로 더 높은 수익과 가치를 얻을 수 있는데 왜 지금 US스틸을 매각하려 하느냐”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취임 이후에는 이 이슈에 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와 JD밴스 부통령은 이번 주 이 문제에 대한 질문에 논평을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정상을 만나기 직전 US스틸 CEO를 만났다는 점에 일본 언론은 “이번 회담에서 일본제철의 인수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버릿 CEO가 일본제철에 의한 US스틸 인수의 이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제철도 이번 회담에 주목하고 있다. 모리 다카히로 부회장은 전날 결산 발표에서 “미국은 대통령의 권한이 매우 강한 나라”라며 “새 대통령이 중단 명령을 뒤집을 수 있다”고 말해 ‘상황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트럼프 정권에서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된 제이미슨 그리어는 6일 열린 미 연방의회 상원의 지명 청문회에서 “철강·알루미늄 산업은 국내에 필요하며, 세계적인 공급 과잉 때문에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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