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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관세에 반감 확산…미국 뺀 '대안 동맹' 등장하나

◆트럼프 스톰에 반미전선 확대

EU 정상들, 관세타깃 선정에 반발

비공식 회의 열고 강력 대응 촉구

인니, 중러 주도 '브릭스'에 합류

스위스·멕시코 등 무역협정 잇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공격’이 현실화하면서 굳건했던 서방 동맹이 균열하는 양상이다. 주요국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가 하면 ‘미국 없는 무역협정’이 곳곳에서 체결되는 등 ‘반(反)미국 전선’이 가시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대를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며 ‘미국 없는 대안 동맹’이 등장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3일(이하 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비공식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대한 성토의장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1일 캐나다·멕시코·중국에 10~25%의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가 막판에 철회한 후 ‘다음 타깃’으로 EU를 겨냥하자 이에 대한 반발이 나온 것이다. EU 집행위원회가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지체 없이 대응에 나서겠다”고 결의한 가운데 주요 정상들은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역 측면에서 공격당한다면 유럽은 진정한 강대국으로서 스스로 일어서 대응해야 한다”고 했고 뤽 프리덴 룩셈부르크 총리도 “똑같은 행위로 대응하는 것이 관세에 대한 답”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대한 노골적인 편입 의사를 드러낸 후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역시 “동맹끼리 다투는 것을 지지하지 않지만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집단적이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2기 출범 전까지만 해도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더 많이 사겠다”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방위비를 더 올리겠다”고 약속하는 등 미국 측과 협력을 꾀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며 경험했던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다. EU에 따르면 미국과 EU의 상품·서비스 교역액은 2023년 기준 1조 5000억 유로(약 2270조 원)로 세계 교역량의 30%를 차지한다. 양측이 정면 충돌한다면 말 그대로 ‘초대형 무역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유럽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에서 내는 대미 메시지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북미자유무역협정 회원국인 캐나다·멕시코를 향해 협박하듯 관세를 부과했던 것은 전 세계 동맹에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서 미국 경제는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유럽이 저성장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 등도 대미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안기고 있다. 스위스 경제연구기관 프로그노스에 따르면 최근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한 독일의 경우 120만 개의 일자리가 대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관세 발효 시 최대 30만 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것으로 관측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당국자를 인용해 “각국의 지도자들은 사실 물러설 곳이 없다”며 “트럼프가 당신을 때려도 반격하지 않는다면 트럼프는 당신을 다시 때릴 것”이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다루기 쉬운 상대’인 동맹부터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이 기존 동맹을 흔들고 급기야 미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동맹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최근 세계 곳곳에서는 ‘미국 없는 무역협정’이 줄줄이 체결되는 모양새다. EU의 경우 지난해 12월 초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25년 만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마무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거대 단일 시장의 출범 준비를 마쳤으며 곧이어 스위스·멕시코와도 무역협정을 강화했다. 중국·러시아 주도의 신흥경제국 연합 브릭스(BRICS)도 지난달 인도네시아를 회원국으로 맞이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 야코브 키커가드는 “미국을 제외한 무역 관계의 심화가 특징”이라며 “세계 무역 시스템의 종말이 아니라 다른 시스템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FT 칼럼니스트 기드온 라크만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위협을 느끼는 많은 국가들이 결성한 대안 그룹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며 “협력은 처음에는 비공식적일 것이지만 관세 전쟁이 길어질수록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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