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자골프는 박성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얘기가 있다. 박성현은 남다른 장타와 시크한 매력으로 기존의 여자골프 경기와 여자골프 선수가 갖고 있던 스테레오타입을 산산이 조각내버렸다.
그러는 사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10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7승을 쓸어 담았다. 한국에선 한 시즌(2016) 7승을 몰아친 적이 있고 혼자 요술 드라이버를 쓴 것처럼 그해 평균 265야드를 찍었다. 2017년 미국에 진출해선 곧바로 최고 메이저 대회라는 US 여자오픈을 제패했다. 이를 ‘직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현 X)에 축하글을 적기도 했다. 2019년까지 3년 내리 2승 이상씩 거뒀다.
이후로 부진이 길어지면서 골프 팬들은 고개 숙인 박성현이 더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새 시즌의 박성현은 어떨까.
부상과 수술로 지난 한 해를 사실상 통째로 쉬었던 그는 골프와 경쟁을 무척 그리워한 듯했다. 캐디와 따로 태국 훈련을 다녀왔고 미국에서 담금질을 거쳐 이번 주 새 시즌에 들어갔다. 6일 플로리다 브래든턴에서 개막하는 파운더스컵이 복귀전이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지난달 만난 박성현은 “‘17’이란 숫자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갑자기 떠오른다”고 했다. 그 전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단 말에 더 놀랐다. 부상과 부진 등 다소 우울한 얘길 많이 물어볼 수밖에 없었지만 박성현은 씩씩하게 많이 웃어 보였고 새 시즌 얘길 할 땐 11년 전 신인처럼 싱그러운 표정으로 설렘을 표현했다.
본격적인 겨울 훈련에 앞서 1차로 훈련을 다녀왔다고 들었다.
“지난해 12월에 태국 방콕으로 한 달 짧게 다녀왔다. 캐디랑 둘이서만 갔다 왔다.”
태국에서 라운드 돌았을 때 가장 좋은 스코어는 몇 타였는지 궁금하다.
“6언더파 쳤다.(웃음)”
예전에도 그렇게 코치 없이 혼자 훈련을 많이 해오지 않았나?
“맞다. 그런 거에 익숙해져 있다. 근데 혼자서 하면 재미없을 때도 있다. 미국에 팀이 있어서 한 달 정도는 혼자 해도 된다. 캐디랑 따로 호흡을 맞춰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캐디는 2년 넘게 같이하고 계시는 분이다. 캐나다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하셨다.”
옛 스윙 코치인 조민준 프로한테 몇 년 전부터 다시 배우고 있는데.
“이번 미국 훈련도 3년째 같이 가는 거다. 제가 한국에 머무는 기간은 길지 않아서 프로님한테 레슨을 많이 받는 건 아니지만 캠프에는 간다. 거기 선수들과 같이 치고 연습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 팜스프링스에서 훈련하고 2월 플로리다에서 열릴 파운더스컵을 시즌 첫 출전 대회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한 대회도 못 나가고 쉬었다. 그랬던 적은 없는 것 같은데.
“한국 대회 2개 나갔기 때문에 아예 대회를 못 나간 건 아닌데 그래도 이렇게 쉰 건 난생 처음이다.”
‘몇 점짜리 시즌이었나’ 같은 질문을 예년에 많이 받았을 거다. 지난해는 사실상 휴직이었지만 그래도 컨디션 회복이라든가 다른 면으로 봤을 때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인가?
“점수로 매기긴 아무래도 어렵다. 수술을 받고 7개월 정도를 재활에만 매달렸으니까. 그 이후에 2개 대회만 뛴 거다. 사실 우울감도 왔었다. TV에서 다른 선수들 경기하는 거, 잘하는 모습 보면 경기를 뛰고 싶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뛰고 싶다’ ‘안 아프면 좋겠다’ 그런 생각만. 그래서 처지는 때도 있었다. 점수를 주기보다는 그래도 손목 재활 잘해서 경기 2개 뛰고 손목에 이제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거, 그걸로 만족을 삼으려 한다.”
LPGA 투어에 메디컬 익스텐션(병가)은 언제 냈고 그 기간 어떻게 보냈는지.
“2023년 12월 말에 냈다. 미국 진출 후엔 그렇게 한국에 오랜 기간 있었던 게 처음이었다. 가족, 친구랑 각각 여행도 갔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재밌게 보냈다. 그래서 살도 좀 쪘었다.”
가족 여행 얘길 좀 더 들려준다면.
“엄마랑 일본 오사카 다녀왔다. 2박 3일 있는 동안 정말 눈떠서 다시 잘 때까지 먹기만 했던 것 같다. 일본 음식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여행 가면 스케줄을 관광지 구경보다는 먹는 것 위주로 짠다. 그 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어떤 음식을 먹으면 그게 기억에 많이 남아서.”
2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의류 후원사 행사에서 ‘메이저 우승 포함 시즌 3승’을 시즌 목표로 내걸었다. 뭔가 확신이 있어 보였다. 그때 그렇게 밝혔던 배경과 생각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를 돌아본다면.
“아무래도 목표는 높게 잡는 게 좋다고 생각했었다. 부상이 있었고 경기력이 막 좋아지고 그런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가운데서도 배운 점이 되게 많다. 올해는 그런 경험을 토대로 조금 더 잘 준비해보려고 훈련도 더 일찍 다녀온 것도 있다. 그때 그렇게 말했던 목표가 올해는 조금이라도 가깝게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2022년 KLPGA 투어 메이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때 분위기가 엄청났다. 소문난 난코스에서 공동 3위라는 성적으로 구름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 부응하지 않았나. 그때의 느낌을 그 이후 이어가지 못한 건 어떤 이유였을까?
“오랜만에 경기에 집중이 잘 되고 ‘우승에 가까워질 수도 있겠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다. 그때의 경기력이 이어졌더라면 좋았겠지만 하반기 막바지라 더 나갈 경기가 없었던 게 아쉽다. 어쨌든 감을 이어가지 못했던 건 제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그때 그 대회에 이것저것 시도를 되게 많이 했었다. 스윙이나 쇼트 게임 쪽으로 계속 새롭게 배우고 있을 때고 시도를 많이 할 때였다. 그런 것들을 조금 더 동그랗게 만들지 못하고 좀 모난 부분이 남았었다. 하이트 대회 땐 잘 맞아 떨어져서 성적으로도 좀 나왔다. 그때 대회 이후로 쭉 일정이 이어졌다면 좀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큰 편이긴 하다.”
부상 얘길 좀 더 해보자. 2023년 11월 KLPGA 투어 시즌 최종전에서 왼쪽 손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돌아보면 얼마나 아프고 심각한 부상이었나?
“그때 당시엔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경기가 잘 안 풀려서 정신도 없었고. 옆에 큰 바위가 있었지만 그저 페널티를 안 받고 공을 앞으로 보내는 게 먼저라고만 생각했다. 그 큰 바위를 칠 거란 생각은 못했었다. 근데 샷을 하고 나니 손목이 느낌이 좋지 않더라. 뭔가 찌릿한. 다음날은 그 느낌이 더 심해졌다. 어찌어찌 대회는 마무리했는데 찝찝한 느낌을 가지고 병원에 갔더니 인대 파열이라더라. 수술이 불가피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나도 이제 나이 들었구나. 더 조심해야겠구나. 부상이란 게 정말 이렇게 말도 안 되게 훅 찾아오는구나.’ 그 이후론 공이 숲에 들어가면 단단한 뿌리나 돌이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가 생긴 것도 같다. 아무래도 아쉽다. 벌타 받고 빼냈으면 아무일 없었을 텐데.”
손목에 앞서 어깨 부상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다. 새삼 돌아보면 그 기간 어느 정도로 막막하고 힘들었나?
“딱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때 부상을 입었다. 어쩌면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재활을 4개월이나 해야 한단 얘길 들었는데 코로나19로 대회들이 다 취소된 상황이었다. 아픈 정도는 좀 많이 아프긴 했다. 손을 어깨 높이까지 올리지도 못할 정도였으니까. 병원을 여러 군데 가봤는데 그중 두 곳에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고민 끝에 일단은 재활로 가는 게 맞는 거 같다고 판단했다. 어깨라는 게 수술해도 쉽게 회복하긴 어려울 거라 생각해서. 돌아보면 잘한 선택이었다. 재활 이후론 어깨 아픈 적은 없다. 재활 선생님께 감사한 일이다.”
고교 때부터 드라이버 입스로 3년을 고생하지 않았나. 프로 들어선 입스 경험은 없나?
“입스는 없었던 것 같다.”
어깨와 손목 부상이 없었으면 지금 어떤 위치에 있었을까, 계속 승수를 쌓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
“그런 생각은 안 해본 것 같다. 한국에서 한창 잘하고 미국 가서도 3년 정도 잘 됐을 때도 ‘나는 계속 잘 되겠지’ 이런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왜 이렇게 부족한 게 많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쭉 잘 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부상이랑 관계없이.”
예전부터 박성현 선수의 다이내믹한 스윙을 보면서 감탄하는 이면에는 ‘부상 위험이 큰 스윙이다’ ‘저 스윙으론 오래가기 힘들 거다’ 이런 얘기들을 하는 골프 팬도 있었다. 이런 반응들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다. 특히 스윙 보시면서 허리 걱정을 많이 해주시더라. 심지어 손목 수술을 했는데 허리 수술을 한 걸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도 꽤 있더라. 근데 저는 이때까지 골프 하면서 허리가 아파본 적은 없다. 어쨌든 보는 사람마다 관점은 다른 거니까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본다.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작년엔 은퇴했느냐는 물음을 많이 받았다고.
“골프 팬분들은 아무래도 방송에서 제 모습을 접하는 게 대부분일 텐데 일단 방송에도 안 나오고 또 인스타그램도 활발하게 하는 편이 아니니까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라도 받아들였다. 저 은퇴 안 했다고 정확히 말씀드린 적도 있다. 생각해보면 좀 신기하기도 했다. 은퇴란 얘길 한 번도 꺼낸 적 없는데 은퇴한 걸로 아는 분들이 있어서.(웃음)”
골프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그냥 평범하게 공부해서 대학 가고 직장 생활하고 있으려나. 생각은 가끔 해보는데 제가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이 상상은 잘 안 간다.”
직장 생활했으면 상사 말 잘 듣는 성실한 회사원이었을까?
“말은 잘 들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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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를 보내면서 그래도 긍정적인 신호를 받은 게 있다면 어떤 걸까?
“일단은 태국 훈련 다녀온 게 너무 잘한 선택이었단 생각이다. 훈련하는 동안 쇼트 게임이나 샷에 아주 좋은 느낌들을 찾고 왔기 때문이다. 빨리 미국에 가서 그 느낌을 이어서 훈련하고 싶고 첫 대회도 기대가 된다. 아무래도 작년에 경기를 거의 안 했기에 경기력 찾는 게 우선이겠지만 느낌은 좋다.”
올해 팬카페가 10주년을 맞는 걸로 알고 있다. 특별한 계획이 있나?
“특별한 계획은 아직 없다. 일단 우승 소식을 들려준 게 너무 오래돼서 많이 기다리실 거다. 작년에 쉬었기에 제가 경기 나오는 모습도 너무 보고 싶어하실 거고. 우승 선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박성현 선수에게 팬의 의미는 어떤 건가?
“팬이 있었기에 제가 이만큼 성장한 거라 생각한다. 경기를 하든 못 하든, 성적이 좋든 안 좋든 엄마의 마음으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다. 어떨 땐 가족보다 저를 더 잘 아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또 다른 가족이라 말할 수 있다. 감사함이 크다.”
팬들이 보는 나는 어떤 사람이고 요즘의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오래된 팬 분들 외에 제 경기를 얼마 못 본 분들, TV로만 저를 본 분들도 있을 거다. 그런 분들의 눈에 저는 워낙 잘 웃지 않고 말도 많이 안 하고 그러니까 ‘까칠하다’ ‘버릇없을 것 같다’ 이렇게 보일 수도 있을 거다. 실제로 그런 얘길 전해 듣기도 한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저는 말도 잘하고 되게 잘 웃는 편이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있을 땐 대화를 주도하는 편이기도 하다. 보시는 것과 실제의 저는 다른 부분들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골프와 관련한 보물 1호, 골프와 관련 없는 보물 1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일단 골프에 있어선 퍼터다. 퍼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골프 클럽이 당연히 많이 있어서 나눔도 많이 하는 편인데 퍼터는 지금까지 한 번도 누군가에게 준 적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쓰던 거 다 갖고 있다. 그러니 골프에 있어서 보물은 퍼터라고 보면 되겠다. 그 외 보물은 가족을 제외하면 반려견인 ‘다온이’와 ‘아토’다.”
퍼터를 자주 바꾸는 편인가?
“그렇지 않다. 잘 되면 쭉 가는 편이고 안 돼서 바꿔야 할 때도 아예 새로운 모델을 찾진 않고 옛날에 썼던 걸로 돌아간다. 돌려 쓰기라고 보면 되겠다.”
국내외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외국은 대회 코스말곤 잘 모르고 국내는 안양 컨트리클럽이 좋았다. 카트 없이 걷게 돼있어서 좋았고 또 어려워서 좋았다. 예전 의류 후원사 덕분에 코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뿌듯한 상, 자랑스러운 숫자를 꼽아본다면.
“골프를 하면서 너무나도 좋은 분들을 만났고 도움을 주신 분들도 되게 많다. 그런 분들 덕분에 제 삶이 완성형이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 저희 집은 어렵게 살았다. 부모님이 힘들게 골프를 시켜주셨는데 다행히 좀 잘 돼서 가족이 좀 편안해졌음에 감사한다. 저 혼자서 잘해서 그런 게 아니다. 도와주신 분들 덕분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분들로 인해 제 삶이 완성돼가고 있단 생각이다.”
좋은 분들로부터 받은 도움을 상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그럼 숫자는 어떤 게 있나?
“우승한 지 너무 오래돼서 문득 몇 번을 우승했나 세어봤다. 열일곱 번이더라. 한국 10승, 미국 7승. 그동안은 계속 경기하고 또 한 주 지나면 다음 경기 뛰고 그런 삶의 반복이다 보니 솔직히 우승을 해도 바로 다음 주 넘어가면 잊고 다시 집중해야 하니까 뭔가 우승의 여운을 많이 누리지 못했다. 그래서 17이란 숫자 역시 큰 의미로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그런데 우승한 지 오래되고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제가 이제까지 쌓은 것들이 정말 잘했고 자랑스러운 거란 생각을 최근에야 하게 됐다. 그 전엔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었다. 항상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고 저에 대해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17이란 숫자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는 거다.”
골프 말고 주변 사람들이 재능 있다고 인정하는 것들은 어떤 게 있을까?
“주변 사람들한테 농담처럼 ‘난 골프 빼고 다 잘해’라고 얘기하곤 한다. 웬만한 건 이것저것 잘해내는 것 같다. 시키는 거 괜찮게 하는 스타일이랄까.”
일머리가 뛰어난 편이라고 받아들이면 될까?
“제 입으로 뛰어나다고 말하긴 좀 그렇지만 일머리가 있는 편인 건 맞는 듯하다. 미국 집이 플로리다에 있었는데 라스베이거스로 혼자 이사를 했었다. 이사하면서 여러가지 가구들을 ‘이케아’에서 사와서 혼자 조립하고 문고리도 달고 초인종도 바꾸고 했었다.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했더니 되더라. ‘할 수 있는 거였네’ 싶더라.”
유튜브 구독하는 채널은 어떤 건가?
“구독은 하지 않는다. 평소엔 아예 안 보는 편이다. 프리미엄을 가입하면 노래를 공짜로 들을 수 있다고 해서 거기 가입한 것도 최근이다. TV도 딱히 보는 건 없고 넷플릭스는 비행기 타는 시간이 많으니 즐기는 편이다. 오징어게임2 다 봤다. 시즌3을 기다리고 있다.”
KLPGA 투어 2년 차였던 2015년에 1억 원을 기부하는 등 남다른 선행을 이어왔다. 굳이 누적 기부액을 따지자면 10~20억쯤 되지 않나?
“얼만큼 기부했는지 계산해본 적 없다. 아마 10억은 안 될 것 같은데.”
박 선수의 도움 덕분에 희망을 되찾고 잘 살아간다는 사례를 접한 적이 있나?
“그런 건 잘 모르겠지만 이런 건 있다. 저는 여성 팬 분들이 많지 않나. 그중에는 몸이 아프신 분도 많다. 휠체어에 의지해 갤러리로 오시는 분들도 있고. 몸이 너무 아프고 건강이 악화하는데도 저만 보면 힘이 난다는 말들을 듣는다. 인스타그램에 메시지 오는 것도 보면 ‘프로님 보면 힘이 난다. 몸이 아프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내용들이 있다. 너무 감사한 말들이다. 최근에 오랜 팬 한 분이 암으로 돌아가셨다. 마지막 소원이 제 얼굴을 보는 거라고 하셔서 뵈러 갔었고 그 후 1~2주 만에 떠나셨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불우한 환경에서 병과 싸우는 분들이 많고 액수를 떠나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면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팬 분들도 매년 버디 기금을 모아서 동참해주신다. 시즌을 마치고 보면 굉장히 큰 금액이 돼있다. 감사하단 말밖에 드릴 게 없다.”
올해 박 선수의 ‘팀’은 어떻게 구성되나?
“캐디가 있고 매니지먼트사의 현지 매니저, 그리고 매니저 역할까지 해주실 엄마가 있다.”
과거 박 선수 하면 ‘닥공(닥치고 공격)’ ‘장타 여왕’이 대표적인 수식어였다. 올 시즌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닥공, 장타 이런 건 이제 제 키워드는 아닌 것 같다. 저보다 거리 나가는 선수가 워낙 많고 피지컬도 그렇고 더 공격적으로 하는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예전 수식어를 계속 가져가기엔 좀 부끄러운 것 같다. 대신 쇼트 게임 쪽으로 얘기가 나오면 좋겠다. 이것저것 많이 연습하고 있다. 그래서 박성현한테서 보지 못했던 쇼트 게임인데 저런 것도 있구나 하는 반응이 나오도록 하는 게 바람이다. 하나의 웨지도 바운스별로 여러 테스트를 해보고 있고 맞는 걸 잘 찾아가고 있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PROFILE
출생: 1993년 | 프로 데뷔: 2012년 | 소속: 인스파이어
주요 경력:
2015년 한국여자오픈 우승(정규 투어 데뷔 첫 우승)
2016년 KLPGA 투어 7승(상금왕·최소타수상·다승왕)
2017년 US 여자오픈 우승,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신인상
2018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
2019년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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