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59타는 딱 한 번 나왔다.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처음 59타를 친 뒤 24년 동안 나오지 않고 있다.
60타가 최저타인 선수가 7명이고 61타를 자신의 베스트 스코어로 보유하고 있는 선수가 24명이다. 역대 세계 랭킹 1위 선수를 보면 소렌스탐이 59타로 가장 낮고 박인비, 크리스티 커, 유소연, 지노 티띠꾼이 61타를 기록한 바 있다.
역대 세계랭킹 1위 선수들의 최저타는 62타에 몰려 있다. 로레나 오초아를 비롯해 박성현, 쩡야니, 신지애, 에리야 쭈타누깐, 리디아 고, 릴리아 부 그리고 현 세계 1위 넬리 코르다가 62타를 자신의 최저타로 갖고 있다.
3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LPGA 개막전인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최종일 62타가 나왔다. 주인공은 최종일 10언더파 62타를 치고 공동 4위(14언더파 274타)에 오른 호주 동포 이민지다. 보기 없이 버디 8개와 이글 1개를 잡는 완벽한 스코어 카드를 제출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소 1승을 기록하다가 작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한 이민지로서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62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이민지 다음 낮은 스코어는 65타로 우승자 김아림을 비롯해 2위 코르다와 4위 고진영 그리고 6위 리디아 고까지 4명이 기록했다.
작년 이민지는 상금 랭킹 43위에 머물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올해 절치부심한 이민지의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그의 손에 롱 퍼터가 들렸다는 점일 것이다. 이 롱 퍼터는 최종일 진가를 발휘했다. 3m 넘는 퍼트를 6개 성공시켰는데, 작년 이 거리 라운드 평균 1.8개를 넣은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놀라운 통계라고 할 수 있다.
1번(파4)과 2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로 시작한 그의 ‘새 사냥’은 8번(파4), 9번(파5), 10번(파4), 11번 홀(파5) 4연속 버디로 치달았다. 한 홀 파로 쉰 뒤 13번(파3)과 14번 홀(파4)에서도 연속 버디를 잡았다.
하이라이트는 15번 홀(파5)이었다. 두 번 만에 그린 위에 공을 올린 뒤 이 퍼트를 기어이 홀에 넣은 이민지의 손에는 새로 장만한 롱 퍼터가 빛나고 있었다.
이민지는 LPGA 투어와의 인터뷰에서 롱 퍼터를 쓰게 된 심정을 이렇게 밝혔다. “제게 그건(롱 퍼터) 그저 새로운 모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 지켜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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