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전으로 치러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는 한국 여자골퍼들이 한 명도 출전하지 않았다. 당시 참가 자격을 갖고 있던 선수가 5명이나 됐지만 출전한 한국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에는 유해란, 양희영, 전인지 3명이 출전했지만 이번에는 아쉽게 한 명도 ‘톱10’에 오르지 못했다.
2년 연속 개막전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 대한민국 여자골프가 2025년 기세등등하게 출발했다. 김아림이 우승을 차지했고 고진영 공동 4위, 김효주 공동 10위 등 ‘톱10’에도 3명이 이름 올렸다.
김아림은 3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대회 최종일 버디 7개,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를 기록해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우승했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가 7타를 줄이며 쫓아왔지만 1~3라운드에서 넉넉하게 벌려놓은 타수 차이 덕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2020년 12월 US여자오픈 첫 우승 그리고 지난해 11월 롯데 챔피언십 정상에 이어 투어 통산 3승째를 달성했다. 한국 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19년 지은희 이후 6년 만이다.
마지막 승부가 짜릿했다. 김아림 보다 앞 서 경기를 벌인 코르다는 15번 홀(파5) 버디로 김아림과 동타를 이뤘다. 하지만 김아림도 15번 홀에서 버디로 맞서며 1타 차 단독 선두를 되찾았고 16번 홀(파4)에서는 5m 넘는 중거리 버디 퍼트를 넣고 2타 차로 달아났다. 코르다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다시 1타 차로 쫓아왔지만 김아림 역시 버디로 응수하면서 2타차 승리를 완성했다.
에이스 고진영도 힘을 냈다.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은 고진영은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해 호주 동포 이민지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역시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잡은 김효주도 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해 공동 10위로 시즌 첫 대회를 기분 좋게 마쳤다. 지난해 톱10 세 번 밖에 기록하지 못했던 김효주로서도 부활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웠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주 열리는 첫 ‘풀 필드’ 대회인 파운더스 컵에는 김아림이 빠지지만 고진영과 김효주가 출전해 상승세를 이어간다. 또 기대주 윤이나가 첫 출전해 신인왕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대한민국 여자골프의 부활도 막 시작된 분위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