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 수입품에 10~25%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캐나다인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분위기다. 캐나다를 향해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돼라”고 조롱했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겹치면서 ‘미국산’ 대신 ‘캐나다산’을 쓰자는 ‘애국 소비’ 열풍까지 일어날 조짐이다.
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인들 사이에서는 ‘캐나다산’의 구매를 서로 촉구하는 경제 민족주의 물결이 일고 있다. 식료품·주류점에 ‘캐나다산을 사세요’라는 광고판이 등장하는가 하면 미국산 제품을 대체할 캐나다산 물품 목록이 유포되는 중이다. 또 방송인들은 미국 소비재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행정명령 소식이 전해진 후 캐나다인들 사이에서 ‘캐나다는 판매용이 아니다(Canada Is Not For Sale)’이라고 써진 모자의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짚었다. 이 모자는 캐나다 온타리오의 주지사이자 트럼프 관세를 가장 노골적으로 비판해온 더그 포드 주지사가 착용한 순간이 포착되면서 크게 입소문을 탔다. 해당 모자를 디자인해 판매한 회사의 설립자인 리암 무니는 FT에 “캐나다인들은 미국의 새 행정부의 무례함에 분노하고 있다”며 “(나 역시) 폭스뉴스 인터뷰를 보면서 점점 적대감이 커졌고, 어느 순간 ‘이제 적당히 좀 하라(enough is enough)’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반(反) 미국’ 정서는 소비재뿐 아니라 문화 전역으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FT는 이날 토론토에서 열린 미국 프로농구리그의 LA클리퍼스 대 랩터스 경기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관중들이 야유를 쏟아냈다고 짚었다.
캐나다 국민들의 분노에 반응해 정부와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 관세에 대응해 캐나다도 4일 300억 캐나다달러(CAD)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21일 1250억 CAD 상당의 제품에 추가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모든 캐나다인이 ‘무역 전쟁’에서 할 일이 있다”며 “미국 켄터키주의 버번 대신 캐나다산 호밀을 선택하고, 플로리다 오렌지 주스를 마시지 말 것”을 촉구했다. 차기 총리를 위한 경선을 뛰고 있는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재무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타격을 줄 방법으로 테슬라 자동차에 대한 불매 운동을 제안했으며, 포드 주지사는 온타리오주 주류통제위원회에 10억 CAD 상당의 미국산 와인과 맥주, 증류주 판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FT는 다만 캐나다의 격한 반응이 미국의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무역 전쟁’ 참전을 부추기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날 그렉 에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자신의 X(엑스) 계정에서 트뤼도 총리를 향해 ‘신중하라’며 “텍사스 경제는 캐나다보다 크고, 우리는 그 힘을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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