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공개 발언을 쏟아내면서 그 엄청난 양이 주목받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간 카메라 앞에서 7시간 44분 동안 단어 8만 1235개를 말했다. 이는 영화 스타워즈 3부작을 합친 것보다 길고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햄릿, 리처드 3세를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취임 후 첫 주에 2시간 36분 동안 단어 2만 4259개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3분의 1도 못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1기인 2017년보다도 말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당시 취임 후 첫 주에 카메라 앞에서 3시간 41분 동안 3만 3571개 단어를 말했다. 현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양이다.
AP통신은 말의 양도 많지만 그 주제가 다양하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불법체류자 구금법안 서명식에서 자신의 치적 자랑과 더불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규탄, 연방지출 동결 노력, 정부 인력 감축, 이주민 폭력, 불법체류자 관타나모 수용안 등에 대해 끊임없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말 때문에 백악관 속기사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AP통신은 “바이든이 비교적 조용했던 점을 고려하면 가장 헌신적인 속기사조차 귀와 손가락에 한계가 올 정도”라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현격히 늘어난 속기사 업무 때문에 인력 증원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데에는 관심 받기를 좋아하는 그의 성향 때문일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람들의 주목을 갈망하고 관심이 권력의 한 형태라는 것을 대다수 정치인보다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사업가 시절부터 가십으로 신문에 오르내렸고 출시하는 상품마다 자신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이런 전략적인 홍보는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출연으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정점에 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공화당 소통 전략가인 케빈 매든은 “그는 총괄 프로듀서처럼 사고한다”며 “끊임없이 다음 시간을 기획하고 청중의 관심을 끌려고 애를 쓴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 홍수’가 공익적인지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인 마고 마틴은 “투명성이 돌아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정보 공유와 소통에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이 질려서 떠나버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펜실베이니아대 애넌버그 공공정책센터의 케슬린 홀 제이미슨 소장은 “접근할 수 있는 것과 투명한 것은 다른 얘기”라며 “더 많은 사람이 그냥 가버릴 것”이라고 반박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홍보 직원이던 케이트 버너도 “조심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환대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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