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벼룩시장에서 단돈 50달러에 구매한 그림이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진품일 가능성이 제기돼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그림이 진품으로 확인될 경우 1500만 달러(약 216억원)의 가치를 지닐 것으로 전망된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2019년 한 골동품 수집상이 미네소타 벼룩시장에서 해변의 파이프 담배 피우는 어부를 그린 작품을 발견했다. 당시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은 진품 가능성을 부정했으나, 이후 뉴욕의 예술품 분석기관 LMI가 이 그림을 비공개 금액에 매입해 본격적인 진위 조사에 착수했다.
LMI는 지난 25일 4년간 30명의 전문가와 함께한 450쪽 분량의 조사보고서를 발표하며 이 그림이 고흐의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측이 제시한 주요 근거는 그림에서 발견된 붉은 머리카락의 DNA가 남성의 것으로 확인된 점이다. 이는 붉은 머리카락으로 유명한 고흐의 특징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림 하단에 발견된 '엘리마르'(Elimar)라는 서명이 고흐의 다른 공식 인증 작품에서도 발견되며, 특히 글씨체가 그의 친필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도 진품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됐다. 이와 함께 고흐 특유의 작품 스타일과의 유사성, 19세기 말 미술 재료 사용이 확인된 점 등도 주요 근거로 꼽혔다.
맥스웰 L. 앤더슨 LMI 그룹 최고운영책임자이자 미술사학자는 "이 작품은 고흐가 프랑스 남부 정신병원에서 생활하던 시절 생애 마지막으로 그린 것"이라며 "덴마크 화가 미카엘 앙케의 비슷한 그림을 고흐가 재해석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WSJ는 최근 10년간 화학자, 큐레이터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협력해 예술품을 분석하는 새로운 인증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한 예술품 분석이 신뢰도를 높이는 주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반 고흐 미술관 측은 아직 LMI의 진품 주장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향후 추가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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