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황금연휴에 개봉한 영화들이 뜨거운 경쟁을 펼친 덕에 극장가가 비교적 선방했다. 과거에는 황금 연휴가 극장가의 대목이었지만 해외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긴 연휴가 극장가에는 달갑지 않게 된 데다, 연휴 동안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극장가에서는 관객수가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1월 3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5일~30일 연휴 기간 동안 총 관객수는 320만5877명이었다. 이 기간 동안 개봉작 중 가장 많은 관객수를 동원한 작품은 권상우·정준호·이이경 주연의 ‘히트맨2’로 126만 명 기록했다. 송혜교의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검은 수녀들’은 100만 명으로 2위,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하고 아이돌 그룹 엑소 출신 도경수와 원진아가 출연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18만9000명으로 3위를 차지했다.
극장가에서는 설 연휴 기간에 200만 명 이상 해외 여행을 떠나는 데다 한국에 남아서 명절을 보내는 이들마저 폭설로 인해 영화 관람 여건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좋지 않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히트맨2’는 설 연휴 기간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영화로 집계됐다. 권상우·정준호·이이경·황우슬혜 등 ‘히트맨2'의 배우들이 무릎까지 꿇고 호소하며 연휴에도 무대 인사를 강행한 데다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가족 코미디라는 장르적 장점이 더해지면서 설 극장가의 승자가 됐다. 이 같은 성원에 힘입어 배우들은 31일 의정부를 시작으로 경기도 지역의 극장에서 무대 인사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송혜교라는 스타 파워로 기대감이 높았던 ‘검은 수녀들’은 배우들의 연기가 호평을 받았음에도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와 서사 등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나무위키 차단 조치 잡음도 발생하면서 배우들의 열정적인 무대 인사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결과를 받아 들었다. 가장 늦게 개봉한 ‘말할비’는 18만9000명을 동원했지만 31일 기준 예매율 22.1%로 전체 영화 예매율 1위를 기록해 후발주자로 흥행을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연휴에는 선방했지만 손익분기점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오는 12일 개봉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캡틴 아메리카’ 개봉 전까지 설 개봉작들이 장기 흥행을 이어가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히트맨2’의 제작비는 85억 원, 손익분기점은 230만 명 가량이다. ‘검은 수녀들’의 제작비는 103억 원이며 해외 판매액을 제외한 순 손익분기점은 300만 명이지만, 현재 인도네시아, 대만, 필리핀 등 해외 흥행에 힘입어 손익분기점은 160만 명으로 낮아졌다. ‘말할비’의 제작비는 54억 원, 손익분기점은 약 100만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이후 극장 관람의 문화가 달라지고 여행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떠오르면서 극장가에서는 연휴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5일(9월14일~18일)로 총 관객수는 466만 명이었으며, ‘베테랑2’만이 유일하게 개봉하면서 연휴 기간에만 393만 명을 동원했다. 연휴 기간을 비롯해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세대와 가족 구성 등에 따라 흥행 여부가 갈리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증가와 영화를 가족단위로 관람하는 가족의 구성이 과거와 달리 3040대 부모와 10대 이하가 주가 된 상황”이라며 “지난해 ‘사랑의 하츄핑’이 123만 명을 동원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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