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위해 ‘1호 공약’인 민생 지원금 정책의 포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는 모습으로 대권 행보를 가속화하며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31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효과만 있다면 민생 지원금이 아닌 다른 정책인들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면서 “만약 정부·여당이 ‘민생 지원금 때문에 추경을 못하겠다’는 태도라면 우리는 민생 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효율적인 민생 지원 정책이 나온다면 아무 상관없으니 어떻게 해서든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앞서 이 대표는 3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해서도 “우리가 제시한 안을 고집할 생각이 없다”면서 “정부가 추경을 빨리 결정해주면 논의하고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또 연금 개혁에 대해 “자꾸 조건 붙이지 말고 신속하게 모수 개혁부터 2월 안에 매듭짓자”면서 “완벽한 합의면 좋겠지만 약간 모자란 안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모수 개혁은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보험료는 9%에서 13%로 올리는 데 사실상 합의했지만 지난해 42%인 소득대체율을 두고 여당은 44%, 민주당은 46%를 제시해 이견을 보였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간·기업 주도 성장’을 제시한 이 대표는 본인의 분배 정책의 기초인 기본사회위원회의 위원장도 내려놓겠다는 뜻을 주변에 내비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실용주의와 포용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본격적으로 조기 대권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이 요청한 당내 통합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데 대해 “다양성이 분출돼야 당에 역동성이 생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교체라는 당의 목표를 향해 불필요한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자고 주문한 셈이다. 이에 따라 주철현 최고위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지명직 최고위원에 탕평 인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여당은 이 대표가 민생 지원금 포기 의사를 피력하며 추경에 드라이브를 걸자 “‘정국 전환용’ 꼼수가 아니기를 바란다”면서도 경계감을 나타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추경을 말하려면 지난해 말 예산안 일방적 삭감 강행 처리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라며 연금 개혁은 국회 특위부터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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