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난해 연간 유효구인배율이 3년 만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는 인력난이 완화됐다는 의미지만, 실상은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이 채용을 꺼려 구인 수가 줄어든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이날 일본의 2024년 유효구인배율이 1.25배로 전년 대비 0.06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유효구인배율은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인력난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직자 한 사람당 1.25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숫자만 놓고 보면 인력 부족 움직임이 다소 진정됐다. 그러나 공급자(구직자) 대비 수요(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일자리 수)가 한 풀 꺾인 실제 배경은 다른 데 있다는 지적이다. 일손 부족은 여전히 심각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비용 증가로 채용을 자제하는 기업들이 많아진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경제활동이 제한돼 내려간 유효구인배율은 지금도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1.60배)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월 평균 유효구인 수는 241만3695명으로 전년 대비 3.3% 줄었다. 후생성 담당자는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인력난이 있지만, 새로 사람을 고용할 여력이 없는 기업이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숙박업, 외식업에서 구인이 크게 늘었던 데 대한 반작용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생성 통계에는 민간 사업자의 구인 지원 및 알선이 포함돼 있지 않아 이번 수치로 나타난 것보다 기업의 채용 수요는 더 높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효구인배율은 일본은행이 경기와 물가 동향을 판단할 때 중요하게 보는 지표 중 하나다. 이 수치가 높아지면 기업들이 인력 확보를 위해 임금을 올리게 되고, 이는 소비 증가와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금리 인상의 주요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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